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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다시 읽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 입력 : 2017.12.04 17:41:25   수정 :2017.12.04 17: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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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동서 베를린 사이에 장벽이 설치되고 칠흑 같은 냉전의 어둠이 계속될 때, 서베를린 시민들이 섬처럼 고립된 속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때,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63년 6월 26일 서베를린을 찾아갑니다. 그곳 시청 앞 광장에서 행한 5분여의 짧은 연설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는 역사에 명연설로 남아 있습니다. 서베를린 시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한편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서방세계에 민주주의 승리 확신의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연설에서 민주주의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자기 국민을 가두어 두려고 쌓은 베를린 장벽이야말로 공산주의의 좌절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가장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라고 힐난합니다.
또 공산주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미련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베를린으로 와서 그 실상을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 전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 한 말은 `나는 로마시민이다`였던 것처럼 지금 자유세계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말은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이며, 그 이유는 베를린 시민은 20여 년간 최전선에서 자유를 지킨 자랑스러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자신도 베를린 시민과 함께하므로 베를린 시민이라는 것입니다.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극명하게 대조하고 베를린 시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이며 자유세계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하는 연설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국회에서 행한 연설은 그 대상, 장소나 분량 등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 연설과 차이가 있지만 그 요지는 많이 닮았습니다. 한국이 짧은 기간 이루어낸 업적을 칭송하고 또 이를 이루어낸 한국인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반면 북한의 폭정과 지옥 같은 현실을 눈앞에 펼쳐보이듯 소개하였습니다. 먼저 한국 국민이 잊고 있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다는 듯, 그동안 신장된 경제력, 늘어난 평균수명은 물론 정치민주화, 올림픽 개최, 금모으기 운동, 과학기술 발전, 연간 4만권의 책 발간, 국제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노력, 심지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골프선수들까지 미주알고주알 소개하고 다만 이런 기적적 성과가 한국전쟁 때 진격한 서울 북쪽 25마일 지점에서 끝남을 아쉬워했습니다.

북한의 참상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듯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휴일 없이 70일씩이나 이어지는 노동, 1990년대 100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하였고, 5세 이하 영유아의 30%가 질병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2012~2013년 2억달러를 들여 독재 찬양 기념탑과 동상을 건설하였는데 이는 생활개선자금의 절반에 해당하며, 독재자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주민의 등급을 분류하고 그에 따라 거주지 및 배급 수준을 정하며, 신문에 실린 지도자의 사진을 얼룩지게 한 주민이 처벌을 받으며, 10만명이 수용소에서 강제노역·고문·기아·강간에 시달리며, 할아버지 반역죄 때문에 아홉 살짜리 손자가 10년 동안 구금당하며, 외국인을 납치하여 스파이 훈련을 위한 어학강사로 활용하며, 종교 자유를 철저히 탄압하며, 열등아 출산 우려로 강제 낙태시키고 출산한 경우 살해하며,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다`는 한 탈북자의 술회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이와 같이 대비되는 현실에서 오는 체제 위협을 타개하기 위하여 자행하는 핵무기 개발, 국제규범 및 정전협정 위반과 한국·미국 등에 대한 협박을 지적하며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미국을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 것과 북한이 평화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오늘은 한국전쟁 중 3만6000명의 미군과 수십만 한국군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하며 한미 혈맹관계를 확인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미사여구도 없고 두고두고 인용할 만한 구절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현실을 잔잔히 풀어나간 연설 내용이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극히 사실과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담았습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염원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염원이 한반도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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