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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이번 생에 암호화폐는 처음이라

  • 심윤희
  • 입력 : 2017.12.04 17:39:59   수정 :2017.12.04 17: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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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처음 사본 것은 2014년 8월이었다. 인천의 한 빵집이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된다고 하고, 비트코인을 보너스로 주는 벤처기업이 등장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지폐나 동전이 아닌 암호화폐라는 게 생기다니. 채굴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컴퓨터에서 화폐를 캐내다니. 신기한 마음에 한번 구매해보기로 했다. 당시 가격은 개당 49만원대. 실험적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100만원을 넣었더니 달랑 2.03개를 살 수 있었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마약 거래 등 부정적 뉴스에도 야금야금 올라 올해 1월이 되자 개당 95만원을 넘어섰다. 수익률 100% 달성이었다. 하지만 거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데다 휴가로 왕창 나온 카드청구서도 막아야 해 미련 없이 모두 팔았다. 무엇보다도 비트코인을 진짜 돈처럼 받아주는 상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 결정적 매도의 이유였다.

그로부터 10개월.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더니 최근 개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대로 뒀다면 2000만원이 됐을 텐데…`란 후회가 밀려오는 건 당연지사. 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 일확천금의 꿈,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지금 비트코인 시장에 불고 있는 광풍도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주변 얘기에 솔깃한 이들의 욕망이 부딪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국내 하루 거래액이 5조원을 넘나들고 노인, 대학생까지 `묻지마 투자`에 뛰어드는 형국이니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뺨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암호화폐 열풍에 휩쓸린 사람 중 그 가치나 작동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 생산 가능한 비트코인 총량이 2100만개인데 현재 약 1650만개가 채굴됐고 갈수록 채굴이 어려워지면서 희소성이 높아진다는 정도로 가격 상승 이유를 설명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암호화폐는 존 로가 촉발한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 미국의 닷컴 버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등에 비유되며 인간의 광기가 낳은 또 하나의 버블, 곧 사라질 신기루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비트코인에 혹독한 저주를 퍼부으면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안정시키고 지불을 보증할 중앙은행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개껍데기, 은, 금, 달러로 이어지는 긴 화폐의 변천사를 굽어볼 때 과연 절대 화폐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금화, 은화가 대세였던 시대에 본원적 가치가 없는 종잇조각 지폐가 화폐의 왕좌에 오르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화폐경제학의 대가 밀턴 프리드먼도 "화폐제도는 단지 허구에 불과하나 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했다. 1971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금과 달러의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졌다. 물론 달러는 그 뒤에 패권을 가진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있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2009년 비트코인을 만든 것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남발에 반발해 수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화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암호화폐를 놓고 허둥대는 것도 이번 생에 처음 보는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투자냐 투기냐, 화폐냐 상품이냐 논란보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암호화폐의 본질인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이란 화폐가 발행되는 과정뿐 아니라 모든 거래 기록이 블록을 형성하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분산형 공개 장부다.

이 같은 기술적 혁신은 인공지능(AI), 빅데
謙 등과 함께 미래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지금 같은 가격 불안, 제한적인 사용처로는 화폐로서 구실을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격이 안정화한다면,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나카모토가 화폐의 역사에 엄청난 화두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는 대응을 고심 중인데 거품 붕괴 시 나타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되, 규제 칼날을 마구 휘둘러서는 곤란하다. 암호화폐라는 기술 혁신이 가진 잠재력과 폭발력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2005년쯤 되면 인터넷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팩스 기기보다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던 1998년 크루그먼의 예측은 빗나간 바 있다. 가속의 시대, 미래 기축통화가 뭐가 될지 이번 생에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나.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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