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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최저임금 1만원과 창조경제

  • 입력 : 2017.12.03 18:53:41   수정 :2017.12.04 09: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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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6.4% 인상돼 시간당 7530원이 된다. 2020년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노동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정책을 실행하려는 정부 역시 시장이 받을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년부터 30인 미만 영세 기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씩 지원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최대 국정 현안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 대안은 서로 보완적인 효과보다는 상충되는 효과가 훨씬 많을 것 같다. 일부에서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소득이 증가하면 소득 증가분의 대부분을 소비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소비가 증가해 일자리와 실질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임금은 명백히 노동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다.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경제학의 기본은 가격이 오르면 본원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에서 발표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일자리(주당 44시간 기준)가 평균 1.4% 감소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노동 시장은 아파트 경비원, 음식점 종업원,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취약계층이 일하고 있는 영역이다.

정부에서는 급격하게 인상되는 최저임금 부분을 당장 세금으로 지원해주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을 채용하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1~2년 정도 세제 지원을 받는 것은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세제 지원의 영속성은 매우 불안한 반면 직원은 한 번 채용하면 쉽게 해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구조적 속성 때문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임금 인상 대신 직원을 줄이거나, 채용을 연기하거나, 또는 자동화 설비 투자라는 전혀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갑작스럽게 인상하고도 정책적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었던 싱가포르다. 금융위기 직후 싱가포르는 최저임금을 10% 이상 인상했지만, 동시에 최고 소득 계층에 대한 소득세를 15% 이상 인하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고소득자들의 세금 인하에서 유발되는 소비 증가분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구조하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통상 임금 등 다양한 정책 대안으로 아무리 근로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해도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무너지고 해당 기업이 존속할 수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경제구조에서 근로자의 급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근로자의 노동생산성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노동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급여 인상은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
막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만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7%대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는 한국 기업의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 때문에 우리 제품을 앞다퉈 수입했고,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싶은 외국 기업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당시에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보다 노동력 착취를 더욱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불과 수년 전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도 창조경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필자는 그때도 투입은 줄이되 산출을 늘리려는 창조경제하에서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원칙인데,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동시에 잡을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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