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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어떤 軍을 원하나

  • 김선걸
  • 입력 : 2017.12.03 18:47:38   수정 :2017.12.03 21: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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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엔 북핵도 두렵지만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상황이 더 걱정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되는 듯하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마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에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 전략사령관인 존 하이튼 장군의 한마디는 이런 염려에 적잖은 위안이 된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지시라도 불법적이면 따르지 않겠다"고 공개 천명했다.
트럼프의 심기는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전멸(annihilate)시키겠다`거나 `화염과 분노`를 외치는 트럼프의 감정 기복을 불안하게 지켜봐야 하는 우리로선 이런 충직한 군인의 존재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설익은 관념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어설픈 결정을 내릴 때 군의 존재는 돋보인다. 1977년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했을 때도 그랬다. 주한미군 참모장이던 싱글로브 소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카터의 결정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것이며, 곧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오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다음날 곧바로 본국으로 소환당하고 사흘 만에 보직해임됐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계기로 여론이 바뀌며 결국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한다.

카터와 달리 그는 한국을 알았다. 6·25전쟁에서 대대장으로 가장 치열한 김화전투를 치러냈다. 그랬기에 그는 늘 "내 계급의 별 몇 개와 수백만 명의 목숨을 바꾼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회고했다.

군은 이런 곳이다. 국민의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정치인과 다르다.

지난 1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 해상 봉쇄에 대한 질문에 `참여하겠다`는 취지로 대답을 했다가 곤경에 처했다.

송 장관은 "(해상 봉쇄를) 이미 검토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수차례 여당 의원들이 아니라는 답변을 유도하는데도 "NSC 차원의 결론"이라며 오히려 쐐기를 박았다.

국방부는 직후 장관 발언을 부정하는 해명 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송 장관의 개인 의견"이라는 반론을 내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 국방장관은 도발을 한 적국에 대한 해상 봉쇄를 `검토`한다는 정도의 말을 언제든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한미 동맹은 비슷한 콘셉트의 해상 차단 훈련을 이미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설사 송 장관의 말이 조율이 안 된 것이라 해도 NCND로 놔뒀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북은 두려워할 것이고, 동맹국은 신뢰할 것이며, 국민은 안심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장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은 건 너무 당연했다. 정치인 눈치를 보며 60만 대군을 이끌 수는 없다. 적과 총구를 겨누는 현실에서 국방장관은 늘 최전방 병사와 똑같은 각오를 갖고 살아야 한다.

며칠 전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헝클어진 머리에 포승줄에 묶인 사진이 공개됐다. 김 실장은 정파를 떠나 노무현(합참의장)-이명박(국방장관)-박근혜(안보실장) 정부를 거친 대한민국 대표 군인이다. 또 `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에 `현재 북의 수뇌부를 가장 잘 아는` 군인이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됐던 2015년 8·25 남북합의 때 그는 북의 2인자 황병서와 무박4일간의 담판에서 북한의
감 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죄를 졌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날 정도의 불충분한 혐의로 모욕부터 주는 모습이못내 안타깝다.

트럼프를 철부지로 묘사하는 미국 언론이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표현하는 세 명이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이다. 현역 중장인 맥매스터를 포함해 모두 백전노장의 군인들이다.

이라크전 등 전장에서 평생을 보낸 이들은 전쟁의 참상을 알기에 역설적으로 늘 대화 우선 입장을 취한다. 미국인들은 든든한 이들을 보며 트럼프로 인한 불안감을 씻는다.

3개 정권을 거치며 전군을 지휘한 사람을 망신 주고, 현직 장관이 말할 때마다 면박을 주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을 수 있는가.

눈치 빠르게 정치인 비위를 맞추는 군을 원하나. 그러나 지금은 충직하게 미군 철수를 반대하고, 무자비한 선제타격 명령을 막아내며, 해상 봉쇄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김선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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