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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 이야기] 한식의 자유

  • 입력 : 2017.12.01 15:55:57   수정 :2017.12.01 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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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를 따라다니는 한식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나는 참으로 부담스럽다.

한식을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도 아니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한식 가업을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단지 15년간 현대적 한식을 표방하는 식당을 운영하며 그 현대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여태껏 한식의 가치라고 믿고 있는 것에 질문을 던지며 자유롭게 개인의 생각대로 지금 현 생활에 맞는 한식 상차림을 내온 것뿐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름 많은 한식 행사와 국가 행사를 치르는 기회가 주어져 해내오다 보니 어느새 `한식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게 된 것이다. 이런 타이틀이 주어짐에 물론 영예스러운 것도 있겠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자유롭게 기존의 가치에 대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에는 큰 속박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인사동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흔하게 보는 견과류와 참깨를 둘둘 감아 만든 하얀 꿀타래는 용수염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중국의 용수당이라는 꿀과자에서 기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에 안착한 지 근 30년이 돼가는 이 꿀타래라는 과자를 과연 한식의 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의 답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이겠으나 한식전문가라는 호칭이 없는 나라면 `물론 그렇다`라는 답을 즉각적으로 할 것이다.

중국의 용수당도 사실 중동지역과 동유럽의 전통 과자인 헬바(HELVA)에서 유래되었고 중국 황제의 간식이라고 하여 널리 퍼졌었으나 근래에는 우리나라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과자가 되었다. 음식의 근원보다도 얼마나 우리 생활에 녹아 있고 많은 한국인들이 즐겨 먹고 있는가에 따라 한국화될 수 있는 음식을 찾고자 하는 성향의 나는 품격 있는 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라기보다는 도전자에 가깝기에 이 타이틀을 내던지고 싶은 것이다.

`도대체 말이 안 통해서… 먼저 이 책이나 읽으시란 말이에요.` 문틈으로 던져진 책을 들고 망연자실해졌던 부모님에게 고3 학생이었던 오빠가 던진 말이었다. 전교 일이 등을 놓치지 않는 온순했던 아들의 갑자기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은 이러다 집안 망하겠다는 부모님의 탄식과 함께 당시 초등 6학년생이었던 내게 무엇이 오빠를 이리 변화시킨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주었다. 그 후 오빠는 결국 부모님이 바라셨던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몇 번이고 읽었지만 도통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마루에 던져졌던 책,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근 40년을 나의 책더미 속에 묻혀 있게 되었다. 오십이 넘어서야 다시 읽게 된 이 책은 나름 정체성의 혼돈을 겪고 있는 내게 어떤 해답을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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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정신의 변화, 참고 인내하는 굴욕적인 정신을 상징하는 낙타에서 직접 자신의 사막을 다스리기 위한 권리와 자유를 쟁취하려 하는 사자를 거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롭고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로 성장해 가는 것, 나는 과연 낙타, 사자, 어린아이 중 어느 단계에 와 있는 것일까?

한 달 전, 내가 과연 일을 진행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반문과 염려 속에 또한 한식이 가지 못했던 길에 도전해 보고자 했던 가슴 뛰는 일이었던 트럼프 대통령 국빈 만찬은 상상하지 못했던 이웃 나라의 반응과 함께 많은 의미를 내게 남기게 되었다. 음식을 갖고 외교적 마찰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데 대한 충격도 있었지만 우리 땅과 바다에서 나는 우리의 식재료를 고유명사화된 이름으로 부르는 자유가 우리에게 있고, 의도를 밝혔음에도 거리낌 없이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는 그들의 태도는 더욱 놀라웠다. 그러나 이를 통해 한 가지 깨달음도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우리가 알지 못하고 쓰지 않는다면 굴욕적인 낙타의 시간에만 머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우리의 밥상 안에서 우리의 것을 먹고, 우리의 말을 씀에 있어 당당한 사막의 사자와 같은 자유는 우리 안에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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