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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래] 문제는 문해력이다

  • 입력 : 2017.12.01 15:55:08   수정 :2017.12.01 16: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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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시험에서는 국어시험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철학), 오버슈팅(경제), 삼중 반복 부호화(과학) 같은 비문학 영역의 지문이 논란을 불러왔다. "수험생 멘붕"이라느니, "1도 모르겠다"느니, "전문가도 풀기 어렵다"느니, 온갖 말들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급기야 모 언론사에서는 수능 문제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발한 실험에 나섰다.
환율이나 금리 등이 일시적으로 급변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균형 수준에 수렴하는 현상을 다룬 `오버슈팅` 문제를 최고의 경제 엘리트로 짐작되는 한국은행 직원들한테 풀어보게 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직원이 10분 넘도록 문제를 풀고도, 여섯 문항 중 두 개나 틀린 것이다.

이 결과는 수능 문제를 잘못 출제했다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이 문제들이 지식 유무를 묻고 있다고 오해한다. 소수 전문가를 제외하면, 오버슈팅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수능에서 평가한 것은 오버슈팅을 알았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 즉 문해력(literacy)이다.

오늘날 우리는 끝없이 새로운 지식이 등장해서 낡은 지식을 갈아치우는 `지식의 빅뱅`을 경험 중이다. 기존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기간인 `지식의 반감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단축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필요할 때마다 지식과 정보를 읽고 배우는 능력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한 사람이 잘 설명된 글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면,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글은 읽을 수 없는 `실질적 문맹`에 해당한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문해력은 청년층(16~24세)에서는 OECD 국가 중 4위이지만, 55~65세는 뒤에서 세 번째, 45~54세는 뒤에서 네 번째에 해당한다. 이 결과는 `1도 모르겠다는 사람`이 누군지를 은근히 암시한다. 진실은 `수험생 멘붕`이 아니라 `학부모 멘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문제는 수능이 아니라 한국은행 직원이다. 배경지식까지 있는 전문가였는데도, 문해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해력은 일반적으로 독서율과 상관관계가 있는 편이다. 독서율이 높은 세대일수록 문해력 역시 높다. 문해력을 기르려면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자주 읽고,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는 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변화가 극심한 시대다. 문해력이 부족한 이들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할 걸 생각하면 왠지 찜찜하다. 한국은행은 아무래도 직원들 독서교육부터 실시해야 할 것 같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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