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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위법 지시 거부할 공무원의 권리

  • 입력 : 2017.11.29 17:10:14   수정 :2017.12.04 09: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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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개정안은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 57조에 단서를 붙여 `상관의 명령이 위법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따르지 아니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떤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아니한다`는 부분을 추가했다. 개정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소신 있게 일하는 공무원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호평이 있지만,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에게 과한 책임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찬성 /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부당한 명령에 불복 당연…인사 불이익 안받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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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국가공무원법을 제정했다. 이로써 공무원 계급을 구분하고 공직 내부의 직무 체계를 구성했다. 기본적으로 계급제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문화 풍토에서 발달했는데,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그리고 집단문화를 중시하는 아시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막스 베버가 주창한 관료제 모형에서 계급제는 직무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다. 전문 행정가보다는 일반 행정가 중심으로 운영되며, 전문성보다는 신분화한 계급을 통해 조직을 폐쇄적으로 관리한다. 내부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장기간 근무와 함께 하위 계급에서 상위 계급으로의 지속적인 이동을 전제한다. 이때 승진이 가장 중요한 인센티브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폐쇄적 공직 문화의 병폐가 상관의 위법한 지시나 명령에 대해 쉽게 불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사상 불이익 등 따돌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11월 15일 인사혁신처에서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는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명백히 위법한 지시나 명령에 대한 불복 가능성 및 불이익 금지를 명시하고,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이행 거부 등을 사유로 부당한 대우가 발생한 경우 고충심사청구를 할 수 있으며 반드시 고충심사위원회에 부의해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명시하기로 했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일단 불복 가능성과 불이익 금지를 법률에 명기하기로 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위법한 지시나 명령의 대표적 사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사건과 같이 정치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라진 것으로 믿지만 꽤 오랫동안 관료사회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진 `앉은뱅이 출장`을 통한 부서경비 마련, 특수활동비 상납 관행, 특별교부세 배분 등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성실의 의무, 친절·공정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법령 준수의 의무와 함께 복종의 의무가 주어진다. 이러한 공무원의 기본권 제한과 의무 부과의 목적은 공무원의 직무 수행에서 공익성과 공정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내부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특별 권력 관계가 약해지면서 공무원도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 보장과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급자는 상관의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차제에 불복 가능성과 불이익 금지를 국가공무원법에 명시함으로써 영혼 있는 공무원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 /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위법 여부 판단 쉽지않아 공직 복지부동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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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언뜻 보면 당연한 `선한 선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 헌법상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진다. 위법한 명령에 대한 거부는 공무원의 의무다. 대법원 판례 등도 일관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헌법상 의무를 권리로 만들고 있다. 혼란스럽다.

둘째,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정직하고 소신 있는 공무원이 상사의 명백한 위법적 지시에 당면한 상황을 상정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사실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우선 개별 공무원 입장에서 위법성이 명백한지 알기 어렵다. 지난 정권의 체육계 인사,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교과서 국정화 등등 역시 명령을 받은 공무원 입장에서는 한눈에 위법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 자기 부하가 위법성에 예민하다면 상사는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는 뉘앙스나 방향, 요소로 지시하면 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셋째, 부작용이 심상치 않을 것이다. 우선 국민이나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적극적인 해석이나 집행이 필요한 상황을 많은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는 적극적으로 거부권을 오용할지도 모른다. 복지부동형 공무원은 무사안일을 더욱 즐길 수 있다. 국회의원, 대통령 등의 선거 시기 때마다 무사안일은 팽배해질 것이다. 문제는 선거 전후 1년을 합치면 우리가 가진 모든 시간이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대계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관료제는 동서고금을 망라해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이 됐다. 공무원이 영혼이 없거나 가끔 억울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 시급한 정책 어젠다는 아니다. 오히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민과 기업의 발목을 잡고, 창발을 억누르며, 숨통을 조이고, 이런저런 통과세를 징발하고 있는 관료제의 행태를 혁신하는 것이 가장 절박한 국가 과
┫.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나태, 군림, 기득권 보호, 현실타협 등이 나라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을 조금이라도 더 강화할 여지가 있는 조치의 도입은 조심해야 하고 심모원려해야 한다. 파국으로 가는 대세적 경향을 고착시키는 작은 실수가 될 수 있다. 위태롭다.

실효는 없는 선언적인 제도가 허구적 논리와 기회주의를 발현시켜 사회에 큰 피해를 초래하곤 한다.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그 선언하고 있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부작용의 소지가 매우 높다. 그 부작용들이 다른 요인들과 상호 증폭돼 국민복지국가가 아니라 `공무원복지국가`로 치닫게 되는 실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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