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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코리아 뉴어젠다] 文정부, 외교안보 큰 그림이 안보인다

  • 입력 : 2017.11.27 17:25:31   수정 :2017.11.28 18: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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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외교 안보 전략은 무엇인지요?" 연구소 내 미국 동료들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나름대로 위기 관리는 잘하고 있지만 큰 그림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안보실장, 외교부, 통일부 장관 모두 실무형이고 김대중정부의 임동원이나 노무현정부의 이종석과 같은 전략가가 안 보이며, 임종석 비서실장 등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나 문정인 특보 등이 외곽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궁금해한다.

같은 질문을 국내에 있는 지인들에게 해 보았다.
대부분이 문재인정부가 큰 그림을 갖고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인수위도 없이 급하게 들어선 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시간을 좀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일단 미루면서 지금은 위기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 분도 있었고, 현 정부의 외교 안보는 `집단체제`라는 다소 냉소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분도 있었다.

현재 한국이 처한 외교 안보 상황은 위기 관리에 주력하거나 국내 정치를 의식해 시기를 조절할 만한 여유가 없다. 북한은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확고히 할 때까지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것이고 미국은 압박과 봉쇄로 대응할 것이다. 중국과도 사드 문제는 일단 봉합을 했지만 한중 갈등이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주장했던 일본과의 위안부 `재협상`도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언급한 `인도-태평양 라인`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장했던 안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와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전략적 모호성` 운운하다 홍역을 치른 바 있지만 앞으로 아시아에서 미·중 간에 헤게모니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보다 분명한 원칙과 전략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를 해결하면서 합의했던 `3불 원칙`이나 `인도-태평양 라인` 참여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주무부처 간 혼선이 있는 듯한 모습은 안보 불안감만 부추긴다. 또한 주요 외교 안보 사안을 국내의 정치적 스케줄에 따라 조절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으며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안보 사안이 국내 정치의 스케줄을 기다려줄 것인가? 국제 정치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거 진보 정부를 봐도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 등을 설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을 특사로 임명했을 때는 임동원 특보를 카운터 파트로 해 적극적으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중요한 외교 안보 사안에 있어서는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국익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되돌아보면 그의 결정들이 한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기여했다.

실효성도 없는 전략적 모호성에 의존하거나 국내 정치적 타이밍 때문에 외교 안보의 중요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 가령 미국의 `인도-태평양`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이에서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쪽의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면서 선택을 강요받기보다는 스스로의 공간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
. 북한 문제도 국제 제재에 동참하고 핵 억지력을 확보하면서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은 반대해도 북핵 문제 등에 있어서 한·미·일 공조를 마다해선 안 된다.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다. 국력 10~15위권의 돌고래다.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지만 한국을 제치고 미·중 간 딜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무리 트럼프라 해도 한국의 동의 없이 쉽사리 대북 공격을 할 수도 없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피해가 컸지만 중국 역시 상당한 대가를 치렀다. 문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한국 나름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외교 안보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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