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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가짜뉴스 중독 시대

  • 이근우
  • 입력 : 2017.11.26 17:18:33   수정 :2017.11.26 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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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예수 그리스도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딸을 낳고, 그 후손이 신성로마제국 혈통으로 이어졌다는 `스토리`가 주된 얼개다. 작가는 과거에 실재했다는 복음서들을 증거처럼 들이대며 이야기를 마치 진짜인 양 펼쳐나간다. 여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그럴듯하게` 곁들이면서 밀리언셀러가 됐다. 음모론이란 진짜와 비슷할수록 사람 마음을 더 홀리는 법이다.
성경을 둘러싼 음모론들, 수백 년도 더 된 해적판들과 이단적인 억측들이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호와 소음`을 쓴 네이트 실버는 이를 1440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 발명과 연결짓는다. 이전에는 성경 한 권을 만들려면 라틴어에 능한 수도원 수사들이 한 글자씩 베껴야 했다. 권위는 있었지만 지금 돈으로 2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비쌌다. 그래서 성경과 해석은 귀족과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다. 이단의 목소리는 물론 교황과 다른 해석조차 발붙일 곳이 없었다.

그러다 독일서 발명된 인쇄술이 유럽으로 퍼지면서 책 가격은 300분의 1로 떨어지고 출판량도 폭증했다. 지식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로마 교회 면죄부 판매에 반대해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써붙인 95개조 논제는 30만부가 인쇄돼 종교 혁명으로 이어졌다. 이때는 가짜 성경의 시대이기도 했다. 수도원의 꼼꼼한 손길을 거치지 않은 `듣보잡` 복음서들이 쏟아졌다.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간음하라로 잘못 베끼기도 했다. 이단과 엉터리 성경들은 곧 사라진 게 아니라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했다. 사이비, 가짜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혼란을 초래했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혼탁해지고 사람들은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권위가 무너지며 세상은 양 극단으로 쪼개졌고 유럽은 수백 년간 전쟁에 휩쓸렸다. 기술 진보는 축복이자 재앙이 됐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는 초기에는 기존 주류 언론을 보완하면서 사회 각층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통로였다. 아랍의 봄 당시 세상의 귀와 입을 독점한 독재정권에 맞서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집했고 권력에 맞섰다. 촛불 혁명 또한 소셜미디어 덕을 많이 봤다. 한때 시민 혁명의 도구였던 소셜미디어들은 이제는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이 주된 뉴스 매체이지만, 로힝야족 인종청소라는 증오 확산 통로이기도 했다.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트위터,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들이 실어나르는 `가짜 뉴스`들. 읽기엔 그럴싸하지만 검증된 팩트가 아니라 상상력에 의존한 음모론들이 사람들을 중독시킨다. 진실의 이면을 숨긴 채 팩트 하나만을 과장하는 `반편 뉴스` 역시 해롭다. 정치적으로 증오와 반목을 부추기도록 고안된 텍스트, 동영상 스토리들이 진짜 뉴스를 압도한다. 이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한편에 국정원과 기무사령부를 동원한 댓글 조작이 있다면 또 한편에는 댓글 폭탄부대가 있다. 최근 미국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1억4600만명이 러시아판 가짜 뉴스에 노출됐다고 밝혔고 구글도 유튜브 동영상 1108개가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고 자백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하루 1000번 이상 만지작거리고 훨씬 더 많은 뉴스들을 소비한다. 하지만 뉴스 판매가 아니라 `광고수입`으로 돈벌이하는 테크기업들은 자기들이 실어나르는 게 진짜인지, 가
짜인지에 관심이 없다. 가짜 뉴스를 만들면 그 즉시 평판이 추락하는 언론과는 달리, 그들은 오직 이목을 끄는 것만 관심이다.

오늘날 세상이 양편으로 갈라져 서로 싸우는 데는 소셜미디어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세상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국정원 적폐 청산 수사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가 누군가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셜미디어 발목을 잡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유통하는 스토리들을 누가 만들고, 어떤 경로로 유통되는지 꼬리표라도 붙여야 한다. 독일은 이미 가짜 뉴스를 유통시키는 인터넷 사업자를 처벌하는 법안까지 마련했다.

[이근우 모바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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