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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상훈의 터무니찾기] 촛불집회 1년 즈음…그때 그랬더라면

  • 이상훈
  • 입력 : 2017.11.24 16:01:38   수정 :2017.11.28 09: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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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부질없는 일이 지나간 걸 두고 상상하는 거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이미 결과를 알고 다시 답을 고르는 격이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상상 뒤에 돌아온 현실은, 상상과는 딴판이기에 한숨 나게 한다.

촛불집회가 1년 전 일이 됐고, 곧 있으면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도 1년이 된다.
대통령이 물러나 구속되고, 국정농단 연루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였다. 국민의 분노는 커졌고 정권은 교체됐다. 곳곳 조직의 수장들도 바뀌었고 썩은 자리를 도려내는 적폐청산이 한창이다. 지난 1년 국민은 헌정을 유린한 권력자를 몰아냈다는 자부심을 느꼈고, 앞날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 속에 새 지도자를 선택했다. 70%를 웃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뒤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을 터다.

그런데 자부심과 기대 한편엔 가슴을 누르는 여전한 답답함도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희화화됐고 정치는 혐오 쪽으로 더욱 다가갔기 때문이다. 1년 전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타협 가능한 기회를 모두 놓치고 오판 속에 상황을 최악으로 끌고 갔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대통령이란 자리의 무게와 정치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탄핵소추안 협상을 이끌었던 여야 정당 사람들을 얼마 전 만났다. 당시의 고민, 국회에서 벌어졌던 막전막후를 들려줬다. 가장 귀를 잡아당긴 건 당시 야당, 지금의 범여권이 구상했던, `박근혜 퇴진 3단계 옵션`이었다.

지난해 11월 국정농단의 흔적이 봇물처럼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의 두 차례 사과는 오히려 분노를 자극했고 거취를 결정하라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야당들은 타협을 구상하며 청와대·여당과 접촉했다. 대통령이 2선 후퇴해 외교·국방만 통할하고 내정에는 완전히 손을 뗀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가 내정을 책임진다는 안이 마련됐다.

당시 야당 사람의 설명이다. "거국내각을 꾸릴 수밖에 없는데, 그럼 헌정은 유지되고 당시 새누리당도 여전히 여당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지지층도 상당 부분 유지하는 박 전 대통령에겐 나름 좋은 승부수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김병준 교수를 총리로 임명했다. `되치기를 노린다`는 비판 속에 촛불은 더욱 거세졌다. 1단계 옵션은 불발됐다.

이후 야당은 `하야`를 주장했고, 새누리당 원로와 비박계는 이를 구체화해 `4월 사퇴, 6월 대선`안을 내놓았다. 2단계 옵션이다.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을 어떻게든 낮춰보려는 비박계의 고민과 탄핵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가진 야당의 고민이 동시에 담긴 안이다. 향후 정치 일정이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 안을 대통령이 받으면 우리도 받으려고 했다. 촛불민심에 욕을 먹더라도 설득할 각오였다." 야당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불발됐다. 결국 3단계 옵션이 가동됐다. 그해 12월 9일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헌정은 중단됐으며 해를 넘겨 탄핵이 결정됐다.

당시 청와대는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후일담이 들렸다. 분노한 민심 앞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셈이고 결과는 치명적인 오판이었다. 대통령 역시 무너져가는 권력을 한 줌이라도 잡으려는 생각 속에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게 아닌가 싶다. 그토록 민심을 모르고, 심지어 당시 여당 내의 여론도 모른 채였다.

1단계가 실현됐다면 지금 한창 대선 기간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자괴감도 덜했을 것이다. 2단계가 실현됐다면 최소한 헌정 중단은 없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명예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처지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지도자의 오판을 생각하며 괜한 상상을 해 봤다.

[이상훈 레이더P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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