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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자존감] 직급이 오를수록 스트레스도 크다

  • 입력 : 2017.11.22 17: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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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당직근무를 하는데 출출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야식을 제안했다. 직원들은 "과장님이 치킨을 쏜답니다!"며 좋아했다. 당직실에서 기다리는데 노크소리가 났다.
`전화로 부르면 될 일을…`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는데 한 직원이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과장님, 치킨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는 치킨 한 접시와 어색한 미소, 신용카드와 영수증을 쥐여주고 황급히 돌아섰다. "같이 먹으려고 시킨 건데요"라고 말할까 망설이는 사이 그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큰 책상에 앉아 혼자 치킨을 먹는데 살짝 울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그들에게 나는 새 동료가 아니라 새 상사였던 것이다.

사실 상사가 된다는 건 급여와 더불어 직장인의 아침을 깨워주는 강력한 모티브다. 아무리 승진 욕심이 없는 사람도 후배가 자신을 앞질러가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명예와 인정 욕구는 돈에 대한 욕망을 앞지를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직급이 오른다고 많은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취준생에서 직장인이 되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회사에서 상사나 임원이 되어도 스트레스는 계속되고 상처도 받는다. 종류와 질이 다를 뿐.

연차와 호봉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유형의 스트레스를 만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결정과 관련된 책임과 부담감이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줄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은 빈번해지는데 반면 책임질 영역은 넓어지고 영향력도 커진다. 부하 직원과 회사에 미칠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지기 쉽다.

결정권이 커지면 고려할 것도 많아진다. 성과에 대한 압박을 직접 겪기에 마음이 급해지고 압박감도 커진다. 직원들의 낯선 사고방식과 행동을 접하며 하필 왜 내가 끼인 세대가 되었나 서글퍼진다.

감정적으로는 외로워진다. 함께 신세한탄을 하고 험담도 하던 동료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쌓인 감정을 배출하고 위로도 받아야 하는데 대화할 상대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힘들다고 토로할 사람도 없고, 그래 봤자 남들 눈에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까 걱정도 된다. 그나마 맘이 통하는 직원들 앞에서 초보 시절 경험담을 들려주지만 공감하거나 감동을 받는 사람도 없다. 승진과 더불어 월급이 오르는 건 외로움에 대한 위로금이 아닐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위로 올라간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라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도 계속 같은 직급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보라. 승진을 반기되, 다만 직책에 따라 사용해야 할 무기와 역할이 변한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게 좋다. 무쇠 체력, 번뜩이는 순발력, 트렌드를 읽어내는 예민한 감각은 반드시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때가 온다. 대신 경험과 노련미가 쌓이고 다양한 에너지를 통합하는 능력, 지쳐 가는 후배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순간이 늘어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상사들은 심리적으로 한층
횰ㅅ 수 있다.

마치 20대에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투수가 30대에는 체인지업과 변화구도 던지며 각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하는 것과 같다. 빠른 공만 믿고 전력투구하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고 경쟁자는 성장, 발전한다.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40·50대의 상사님들, "우리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내가 이 회사에 쏟아부은 게 얼만데…"라는 억울한 마음이 든다면 그것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존경했던 선배의 뒤를 따를지, 저렇게는 되지 말자고 다짐했던 선배의 뒤를 따를지 결정할 갈림길에 놓여 있다. 부디 여유롭고, 성숙하며 따뜻한 리더가 되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우린 모두 평생 늙지 않는 똘똘이 스머프로 살고 싶지만, 언젠가 모두 파파 스머프가 될 수밖에 없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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