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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혁신성장은 선순환을 의미한다

  • 입력 : 2017.11.14 17:10:50   수정 :2017.11.15 18: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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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처칠은 청소년 시절 런던 템스강에서 수영을 하다 쥐가 나서 익사 직전이었다. 이때 깊은 강물에 뛰어들어 처칠을 구해준 청년이 있었다. 처칠의 집안은 보답으로 학비를 지원해서 가난에 쪼들리던 그 청년이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청년은 후에 최초의 항생제를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이다. 플레밍은 한 번 더 처칠의 생명을 구해주게 되는데, 군인으로 아프리카 출정 중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처칠을 직접 찾아가 페니실린으로 치료해준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플레밍은 처칠을 구하고, 처칠은 플레밍을 절망의 인생에서 구해주고, 다시 플레밍은 처칠의 생명을 구해주고. 돌고 도는 선행의 순환이다.

선순환의 에피소드는 일상에도 비일비재하다. 일과 사랑이 양립되기가 어렵다 하나, 일을 열심히 하되 상대가 이해하게 하고 일의 성과까지 나누면 사랑도 OK가 된다. 사랑하는 이의 응원과 배려로 일도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에 접어드는 이치다. 일과 사랑, 우정과 애정, 전통과 변화, 집중과 분산, 공리와 인권, 표현의 책임과 자유 등등. 세상에는 대별돼 있지만 둘 다 소중한 가치들이 적지 않다. 어느 한편이 무조건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그 양면에는 정치와 경제의 영원한 주제, 성장과 분배도 등장한다.

문재인정부는 `사람 중심의 경제`를 표방하고 그 축으로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꼽고 있다. 경제 공급자의 혁신성장과 경제 수요자의 소득 주도 성장, 그리고 경제 구성원 간의 공정 관계를 일컫는다 하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려한다. 공급자의 성장과 수요자의 성장은 결국 성장과 분배의 문제인데, 동시에 가능하냐는 의구심이다. 성장과 분배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짝 아닌 짝이라는 걱정이다. 기실 우리의 현대사는 이분법적인 발상을 자연스레 잉태하게 했다. 산업화를 이끈 보수 이데올로기와 민주화를 꽃피운 진보 이데올로기가 번갈아 주연 역할을 하면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성장과 분배로의 양분된 시각이 고착화됐다.

이러한 이분법의 발상은 존재론적인 사고에 기인한다. 양편을 절대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양편이 품고 있는 가치의 선택을 종용한다. 반대로 관계론적인 사고는 양편의 관계에 주목하게 한다. `어떻게 하면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고 어찌하면 분배가 성장으로 환원될까`와 같은 순환의 명제가 도출된다.

위정자들도 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했다.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구조를 갖는 동반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복지지출 증가가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명백해진다. 어떻게 성장이 복지를, 또 복지가 성장을 창출하고, 이들의 선순환으로 증폭된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이 해법이 궁극의 목표다.

혁신성장은 혁신적인 성장의 방법론이어야 한다. 누군가에서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흐르는 단속적인 것이 아닌 누군가와 누구가 쌍방향으로 순환되는 지속적인 것이어야 한다. 존재보다는 관계, 대립보다는 선순환이어야 한다. 창조와 파괴가 양립할 수 있는 이유는 파괴적 혁신, 혁신적 창조, 창조적 파괴의 연이은 선순환에 기인한다. 혁신을 매개로 말이다. 누군가는 움켜쥐고 누구는 질책하며, 다시 누군가가 더욱 움켜쥐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누군가가 내어놓고 누구는 협조해, 다시 누군가는 더욱 내놓는 선순환으로 가야 한다.


헤밍웨이는 선과 악을 뒷맛이 좋고 나쁜 것으로 구별했다. 뒷맛이 계속 좋은 선순환이야말로 혁신성장의 비결이 아니겠는가.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번영에 관한 일이다. 뒷짐 지지 말고 모두가 참여해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처칠은 플레밍의 마음을 구원했고 플레밍은 처칠의 몸을 두 번이나 구명했지만, 이는 단순히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선순환 인연은 인류를 전쟁에서, 질병에서 구해내지 않았던가.

[임춘성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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