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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우버, 콜버스, 그리고 카풀앱

  • 장박원
  • 입력 : 2017.11.14 17:10:35   수정 :2017.11.14 17: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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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와 콜버스에 이어 카풀 애플리케이션까지 불법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며 역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산업혁명 직전인 18세기 초 인도산 면직물인 캘리코를 둘러싸고 영국 사회에서 벌어진 소동이다. 인도의 항구 캘리컷(코지코드)에서 영국으로 수입된 캘리코는 엄청난 제품이었다. 모직물에 비해 값이 싸고 세탁이 편한 데다 구김살이 적고 옷으로 만들어 입으면 맵시도 뛰어났다. 문제는 캘리코가 확산되면서 모직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모직물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모직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았다. 캘리코의 인기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 모직업계는 가만 있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인에게 압력을 가했다. 결국 영국 의회는 1700년 캘리코 수입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수입을 금지했는데도 캘리코의 인기는 여전했다. 모직산업의 위기는 계속됐다. 벼랑 끝에 몰린 모직업계는 다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캘리코 수입으로 막대한 국부가 빠져나간다는 논리도 펼쳤다. 급기야 캘리코 옷을 입고 거리에 나온 여성들을 공격하고, 수천 명이 모여 캘리코 화형식까지 벌였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영국 의회는 1720년 캘리코 사용 금지법을 제정했다.

한국에서 우버와 콜버스, 카풀 앱 등 차량 공유 서비스는 캘리코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우버는 2015년 서비스를 하려고 했다가 운송업계 반발로 철수했다. 목적지와 탑승 시간을 앱에 입력하면 경로가 같은 승객을 모아 운행하는 콜버스도 불법 논란으로 한동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수입이 줄 것으로 생각한 택시 운전사들의 반대가 심했다. 사업 면허를 받지 않고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콜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적법성 판단을 정부에 의뢰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버스와 택시 면허업자들에게 우선 허용하고 영업시간도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건으로 콜버스를 허가했다. 지난해 7월 운영에 들어간 콜버스는 규제를 완전히 풀지 않은 탓인지 예상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지 않다.

카풀 앱은 최근 이슈가 됐다. 서울시가 지난 7일 카풀 앱 업체인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한 게 불을 지폈다. 카풀 앱은 말 그대로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업계 1위인 풀러스는 지난해 등장해 누적 이용 건수가 400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다. 외국 펀드와 대기업 투자도 받았다. 탄력을 받은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대에 국한했던 서비스를 낮시간으로 확대하려다가 24시간 영업은 불법이라며 서울시가 고발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풀러스 측은 요즘엔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일반 차량으로 영업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법대로 하면 풀러스가 불리하다. 영업시간 제한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이런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도 공유경제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나라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공유경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디추싱과 모바이크 같은 스타 기업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다. 2025년 중국 공유경제는 국내총생산의 20%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 자료에 "각종 진입·행위 규제 완화에 정부가 소홀했다"는 반성의 문구를 넣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공유경제를 보면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버와 콜버스에 이어 카풀 앱까지 규제 장벽에 막힌다면 우리는 공유경제가 창출하는 기회와 부가가치에 올라타기 힘들어진다.

영국은 기득권자인 모직업계 보호를 위해 캘리코를 금지했지만 그 후에도 면직산업은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영국 기업인들은 면직물 원료인 면화를 수입해 캘리코보다 싼 면직물을 대량생산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한 면직물은 방직기 발명 등 혁신을 일으키며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영국 의회가 애면글면 지키려 했던 모직산업은 점점 쪼그라들어 존재감을 잃었다. 공유경제가 21세기 면직물이라면, 4차 산업혁명의 촉매제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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