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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24시

[기자24시] 초대형 IB가 은행에 던지는 경고

  • 홍장원
  • 입력 : 2017.11.14 17:10:15   수정 :2017.11.14 17: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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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예상된 해프닝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13일 발행어음 업무를 포함한 `초대형 IB` 타이틀을 따내기 직전 은행연합회가 보인 반응 얘기다. 은행연합회는 증권사가 시중은행 고유 영역인 발행어음 업무로 돈을 조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단기 대출 업무에 치중해 금융권 물을 흐릴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위원회 인가 날을 눈앞에 두고 나온 이 메시지는 은행권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측면이 컸을 것이다. 판정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걸 알면서도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어가는 건 팀원을 상대로 "정신 차리고 파이팅하라"는 독려 차원일 때가 많다.

초기 야구 역사에서 변화구가 금지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공을 회전시켜 타자를 현혹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1872년 투수의 손목 사용이 허가되면서 야구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스포츠에서 벗어났다. 커브 슬라이더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구가 야구를 풍성하게 했다.

지금까지 은행대출 관행은 직구 일변도였다. 창구에 앉은 은행이 칼자루를 쥐고 기업에 얼마를 어떤 금리로 빌려줄지 팔짱을 끼고 심사했다. 심사에 탈락한 기업은 2부리그(제2금융권)로 떨어지는 게 당연했고, 이 과정에서 서비스 정신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증권업의 생리는 근본부터 다르다. 약삭빠른 보부상에 가깝다. 돈이 몰리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일감을 따낸다. 기업상장(IPO)을 주도해 수수료를 챙기고, 인수·합병(M&A)을 주관해 돈벌이를 한다. 여기서 쌓인 노하우에 어음을 찍어 만든 수조 원의 자금이 더해지면 증권사는 대출시장에서 변화구로 타자를 홀리는 특급 투수가 될 수 있다. 무뚝뚝한 은행에 질린 고객을 끌어오고자 밀착 마케팅에 나설 것이다.

M&A와 IPO로 내공을 쌓은 증권사 업력은 만만치 않다. 기업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해 기업가치를 추산하는 데 도가 튼 조직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리한 대출에 따른 부실 유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카카오뱅크 등장에 견고한 은행 대출 금리가 잇달아 내려갔다. 초대형 IB를 놓고도 비슷한 `메기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기존 은행 역시 빠른 시기에 변화구 구사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증권부 = 홍장원 기자 noenemy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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