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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주머니 안의 돌 몇 개'에 관하여

  • 입력 : 2017.11.13 17:40:46   수정 :2017.11.13 18: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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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와 관련해 뜨거운 한 주가 지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서 북핵에 대한 100% 공조와 함께 대(對)일본 무역적자의 해소를 강조했다. 이어 이뤄진 한국에 대한 국빈 방문에서는 북한에 대한 진지한 경고와 함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철폐라는 선물을 한국에 줬고, 한국 역시 미국산 무기의 대규모 구매 약속으로 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했다.

압도적인 풍광을 지닌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역사 그 자체인 자금성(紫禁城)에서도 청제국이 가장 강력했던 시기를 상징하는 건륭제의 전용 공간 건복궁(建福宮)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중국이 미국에 제국의 이력서를 한껏 내미는 순간이었다.

4년 전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캘리포니아 서니랜즈 회동에서 "태평양은 넓어서 중국과 미국을 다 안아낼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태평양을 나누자`는 언급을 한 외국 정상은 시 주석이 처음이었다.

구제국 영국에서 신제국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데 7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 패턴이 다시 반복될지는 불확실하다. 전 지구적 국력 비교와는 무관하게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미국의 그것과 비등한 듯 보인다. 세간에 소위 `키신저 해법`(북핵 문제는 중국에 일임하고, 그 대신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옵션)이 회자되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배제는 없다(no skipping Korea)`고 단언했지만 역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 되받는다. 2013~2015년 기간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던 한중 관계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이 국제정치고 또 현실인 것이다.

동맹이든 동반자든 한국 외교의 주 대상은 제국의 위상을 지닌 나라들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골리앗을 상대했던 다윗의 주머니 속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체격의 골리앗에게도 약점은 있게 마련이고, 이를 활용하려면 주머니 안에 작지만 뾰족한 조약돌 몇 개를 품고 있어야 한다.

정치학자 이반 아레귄 토프트는 역사상 대국과 소국 간 싸움에서 소국의 승률은 28.5%였지만, 소국이 비전통적 전략을 쓴 경우 승산은 63.6%까지 올라감을 밝혔다. 이는 외교 영역에서 국력의 총량보다 전략적 발상과 행태적 힘(behavioral power)이 훨씬 중요함을 말해준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집권당이 누군지를 떠나, 주머니 속 돌 몇 개의 중요함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이 아직도 허용하지 않은 `시장경제지위(MES)`를 제대로 된 반대급부도 없이 중국에 내준 것, 대중국 군사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에 진행되던 대만과의 군사교류를 없앤 것, 국익 수호를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할 시점에 전술핵 재배치를 불가하다고 적시한 것,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카드로 계속 품고 있어야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문제를 청와대가 나서서 일축한 것, 더 나아가 소위 `3불 입장` 채택 등이 그것이다.

설사 이들 옵션의 현실성이 실제로 낮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명시적으로 `절대 안 한다`고 적시할 필요가 있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한 치 앞을 알기 어렵고, 따라서 가능한 모든 옵션을 살려둘 필요가 있다. 혹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면 최소한 `현 상황에서는`이라는 조건만은 달았어야 했다.

한국 사회의 분열과 여론의 양극화로 인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선언은 오히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크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모든 옵션이 주머니 안에 있다(all options are in the pocket)`는 생각에 주력해야 할 때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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