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문화 인&아웃] 한국 예술의 국제 경쟁력

  • 입력 : 2017.11.10 15:57:04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4684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달 19일과 20일 세계적인 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서울에 온다. 특히 우리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작곡가 진은숙의 곡 `코로스 코로돈`(현의 춤)이 연주된다는 소식에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음악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교향악단은 그 교향악단을 보유한 국가와 국민의 대단한 자랑거리다. 세계적인 음악가, 나아가 예술가 또한 마찬가지로 자랑거리다. 이처럼 예술은 인간의 정서를 아름답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본질적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힘과 국민의 자부심을 북돋아주는 역할도 한다. 더군다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석다조의 효녀 노릇까지 해준다.

우리에겐 역량 있는 예술가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러나 전도유망한 젊은 예술가들이 국제콩쿠르나 국제전시회에 데뷔 후 대부분 무대 뒤로 사라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아왔다. 우리의 예술교육 환경과 냉엄한 국제경쟁 속에서 국제무대의 등용문을 통과한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국제 예술시장에서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 된 서글픈 경험을 하게 된다. 딱히 예술계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국제 예술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터다. 유대계와 유럽계가 압도적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이곳에서 한국의 예술가들이 살아남는 것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다를 바 없다. 그나마 운 좋게 세계적 기획사들과 연결되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한국대중음악(K-Pop), 방송드라마, 영화, 게임과 캐릭터 등 우리의 문화산업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00조원 넘는 시장 규모가 되었다. 한류상품들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유럽·남미·미국 등에 진출하고 있다. 요즘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 다변화를 통해 더 성장할 기세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묘판이라 할 수 있는 예술계는 여전히 배고프고 찬바람이 인다. 사정이 녹록지 않다 보니 국제경쟁력을 얘기하기도 민망스럽다.

우리 예술이 국제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일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굳이 방법을 말한다면 아무래도 예술현장에서 전문적인 예술경영 시스템을 확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예술가가 배출된다 하여도 국제 시장에서 활동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다.

746840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한류를 끌고 있는 한국대중음악 등 문화산업 분야에서 보듯이 예술시장도 예술가 양성부터 공연전시기획, 홍보, 마케팅, 작품이나 부가 상품 판매 등 종합적인 체제를 갖추고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희망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국내 기획사의 국제 시장 진출이 현재로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선 국제 예술시장의 배급과 유통을 주도하는 외국 대형 파트너들과의 협업 전략이라는 차선책을 강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 예술이 진정으로 내실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뭐니 뭐니 해도 온 국민이 예술을 사랑하고 관람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예술을 아껴주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은커녕 생존조차 힘든 것이 예술계의 현실이다. 국민 각자가 책을 읽고 공연·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서 예술계의 하부 인프라가 단단해지면 자연스럽게 예술시장은 확대되고 국제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교육제도이며 사회 분위기도 새로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래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방한 그리고 한국 연주자의 협연과 한국 작곡가의 음악 연주 소식이 몇 년 만에 나오는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 잡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