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부동산 정책 '백년대계' 시작하자

  • 임상균
  • 입력 : 2017.11.09 17:22:01   수정 :2017.11.09 17:30:5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4425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일본 군마현에 위치한 난모쿠 촌. 일본 부유층들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 인근에 위치한 경치 좋은 시골마을이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범수도권이지만 요즘 이곳 사람들 마음은 심란하다. 2040년에는 지구상에서 없어질 대표적인 도시로 지목됐다. 이른바 `소멸도시`다. 일본 지자체 중 같은 처지의 경우가 절반 정도라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도 비슷한 기준으로 한국 228개 지자체를 분석해 봤다. 3분의 1 이상인 85곳이 30년 후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5년 전보다 15곳이나 증가했다. 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더 무섭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 점점 늘어날 빈집과 쓸모없어지는 인프라를 어찌할지, 이런 전망에도 지방에 주택을 계속 늘려야 할지, 고민이 없다. 일본은 그래도 거점 소도시 육성책이라도 내놓는다. 시골의 고립화하는(대부분 노인들밖에 없는) 가구들을 소도시 한 군데로 모아야 그들의 생활 편의도 높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로 시선을 돌려보자. 공급 부족은 여전한데 정부는 수요만 잡겠다고 전방위로 규제를 강화했다. 반면 이전 10년간은 내수경기를 위해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주력했다. 웬만한 규제는 다 풀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과 가격이 요동을 치니 주택 소비자만 죽을 맛이다.

집은 한번 지어놓으면 최소 30년은 유지되는 상품이다. 어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이사 횟수는 6~7회라고 한다. 10년에 한 번꼴로 주거지를 바꾸는 셈이다. 정책도 5년 아니면 10년 단위로 돌변하니 이사 갈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향후 정책을 예측해야 하고, 새 정책이 나오면 분석해야 하며, 시장이 어떻게 바뀌는지 눈치도 봐야 한다. 거주지역과 형태, 규모는 자신의 현 자산과 기대수입, 라이프플랜, 직업, 근무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하면 오랜 기간 바꿀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런 맘 편한 주거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리는 게 순리지만 사실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미 포화상태다. 하지만 눈을 옆으로 조금만 돌리면 80년대 말~90년대 초 완성된 1기 신도시가 있다. 10년 안에 대부분 노후 단계로 들어간다. 이미 양질의 생활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교통은 매우 좋아졌다. 송하승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주민의 계속 거주 의향이 94.7%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령 20년이 넘은 1기 신도시 아파트가 28만채에 달한다. 가족 분화 트렌드를 감안해 평형을 줄인다면 공급 가능 가구는 훨씬 더 많아진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넛지이론`처럼 앞으로 괜찮은 집이 많이 나온다는 기대만 줘도 주택 구매 의욕을 진정시키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지막 보루`와 같은 1기 신도시를 어찌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 주택소비자들은 정부의 집값(혹은 투기) 잡기의 결과만 절반은 `기대`, 절반은 `불안` 속에 기다리고 있다. 기대 또는 불안의 강도에 따라 결단과 행동의 시기가 다를 뿐이다. 이들에게 정상적 판단과 결정 과정을 거치도록, 그래서 주거 문제에 투입할 시간과 돈, 열정을 다른 생산적 부문에 쏟도록 하는 방법은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다.

최소 10년 혹은 그 이상 흔들리지 않는 장기 부동산 정책 방향이 마련되면 가능하다.
장래 인구와 경제 전망, 국토의 효율적 활용, 안정적 수요와 공급 조절 등 다양한 변수가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당연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장치도 필요하다.

부동산 `백년대계`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할 때이다. 집값 몇 천만원 떨어뜨리거나, 임대주택 몇 채 더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탄탄하고 광범위하게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만족시키는 `주거복지`가 될 수 있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