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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UFC 경기장' 된 금융업

  • 김대영
  • 입력 : 2017.11.05 17:36:03   수정 :2017.11.05 2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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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미국 네바다주 T모바일 아레나. 이종격투기 선수인 코너 맥그레거와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맞붙었다. 맥그레거는 메이웨더에게 10라운드에 TKO로 졌지만 1억달러(약 1113억원)라는 천문학적 돈을 챙겼다. 대표적인 이종격투기 대회는 미국에 본부를 둔 UFC로 사각의 링이 아닌 팔각형 철조망인 옥타곤에서 경기를 치른다.

왜 사람들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받는 UFC에 열광하는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박진감 넘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UFC 경기처럼 갈수록 업종을 뛰어넘는 무한경쟁의 장으로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은행은 은행끼리, 보험은 보험끼리만 경쟁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업을 둘러싼 업종 간 영역 파괴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무역거래(트레이딩) 대신 투자은행의 기능과 국제적인 대형 개발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제조업이나 유통업, 소프트웨어 기업 간 영역 구분도 이미 사라졌다. 인터넷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전자책 `킨들`에 이어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알렉사 기반의 스피커와 스마트폰도 선보였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제는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속속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목을 받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도 기존 은행들에는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검색 시장의 공룡인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내놓았다. 소비자가 검색을 하다가 곧바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로 다양한 영역에서 제휴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왔다.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속속 참전하고 있다. 이제는 누가 우리의 경쟁자인지, 경쟁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전방위적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없어질 중개자 역할의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받아온 중개수수료가 사라질 수 있다. 은행들이 이자 수익이 아닌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수수료를 받을 영역 자체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심판(정부)이 특정 선수(국내 대형 금융사)를 위해 새로운 선수(핀테크 기업)에게 불리하게 내릴 판정(규제)은 결코 대형 금융사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국내용 선수만 양산함으로써 소비자가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경쟁 촉진을 위해 은행과 보험, 증권 상품을 한 곳에서 파는 복합점포를 장려한다고 말하지만 글로벌 금융 경쟁은 당국의 금융산업 정책 수준을 뛰어넘는다. 종전에 없던 새로운 이종(異種) 경쟁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경쟁자와 싸워 이길지는 미지수다.

정부 규제로 영업이 어렵다는 게 전통 금융사들의 주장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내는 다르다. 즉, 협회별로 은행은 보험사를 규제해달라고, 보험사는 은행을 규제해달라고, 증권사는 은행을 규제해달라고 요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는 정책당국이나 전통 금융사 간의 조율과는 무관하게 예측하지 못한 각도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들고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들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서 경쟁 패러다임은 전방위적으로 변하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장년층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금융점포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아예 금융업은 경쟁의 판 자체가 리셋될 형국이다. 경쟁의 상시화와 복합화는 뉴트렌드가 아니라 뉴노멀인 셈이다.


격투기는 두 사람이 링 위에 올라와서 대결한다. 그러나 경계가 무너진 산업계는 한 기업이 수많은 업종의 공룡 기업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한다. 특히 IT업체들은 제조업, 금융업, 기타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진격하고 있다. 구글은 슈퍼 플랫폼을 구축하고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진격으로 유통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구글 금융회사나 아마존은행, 네이버은행이 등장해 스마트폰에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금융회사에서 처리하던 모든 일을 해결한다면 과연 한국의 금융회사 중 몇 곳이나 살아남을까?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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