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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 이야기] 알제리의 감동

  • 입력 : 2017.11.03 15:59:54   수정 :2017.11.03 16: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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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에서의 경험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감동`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첫 감동은 장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멀게만 느껴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 프랑스 지배를 받던 나라, 아랍 국가, 축구 좀 되는 나라, 알베르 카뮈의 고향…. 이것이 내가 갖고 있었던 알제리에 대한 상식이었는데 알제리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10월 5일 한식 전시와 같이 시식 행사를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꼭 장독을 보내 달라는 당부를 듣게 됐다. 한식 식자재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에 보내야 할 재료도 산더미 같은데 무거운 장독대를 보내 달라니…. 사실 전시의 콘셉트를 인삼과 대추 등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중심으로 한 산의 맛, 삼면의 바다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로 이루어진 바다의 맛, 발효를 중심으로 한 장과 김치로 구성된 땅의 맛 등 한식의 세 가지 맛으로 정했으니 발효 음식의 저장고인 장독이 필요한 터였다.

행사가 열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저에 도착해 정원으로 들어간 순간 크지 않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알제리 땅에서 우리 장이 담긴 장독대를 보게 된 것이 신기해 살펴보고 있을 때 박상진 대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알제리에 부임해서 여러 행사를 치를 때 한국의 문화를 많이 담아내고 싶었어요. 한식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 그중에 으뜸은 발효 음식인 장과 김치죠. 이 뛰어난 문화유산을 어찌 알릴까 생각해 정원 한가운데 장을 담은 장독대를 만들었죠. 이번 한식 전시에서 숨 쉬는 옹기 속 발효 비밀을 자랑하게 잘 차려 주세요."

심지어 이 장들은 발효학교까지 다닌 대사 부인이 직접 담근 장이라 했다. 지중해를 마주 보고 있는 아름다운 대사관저는 대사가 묵는 숙소만이 아니라 한국의 자산이니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많은 행사 때마다 개방된다고 한다.

재미있고 먹을 게 좋다고 소문난 박 대사의 한국 행사는 평소보다 몇 배 많은 인원이 오는,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흥행 대박의 행사로 탈바꿈했다고 들었는데 벌교 출신의 구수한 말투를 가진 대사가 행사날 한복 차림으로 `강남스타일` 춤을 추어 초대된 모든 사람들이 웃으며 말춤을 따라 추게 만드는 것을 보니 나도 괜스레 흥겨워졌다.

두 번째 감동은 삼각김밥이었다. 행사를 준비할 때 보통 음식을 만들어내는 셰프들은 자신의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하게 된다. 대사관 직원들이 쉬는 날임에도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는 우리가 마음에 걸려 만들어 왔다는 따뜻한 삼각김밥 6개를 건네준 서기관의 손은 왜 이리 따뜻하고, 참치로 만든 단순한 맛의 김밥은 왜 이리 맛나던지…. 최고의 맛은 휘황찬란한 차림새보다도 먹는 이의 사정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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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알제리의 여인들로부터 받은 감동이었다. 행사날 알제리인 자원봉사단이 도착해 일손을 돕게 됐는데 400명가량 온다는 행사에는 손이 많이 가는 한식 준비에 모두 투입됐다. 외국인들이 서툴게 도와주리라 예상했던 것을 벗어나 너무나 예쁘게 전을 부치고, 칼질하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600㎞나 떨어진 곳에서 달려온 치과의사 카디리, 조그만 호텔에 한식당을 열겠다는 희망을 가진 후다, 고은의 시를 한국어로 줄줄 외는 가스회사 엔지니어 라베아, 프랑스 지배를 받았던 알제리와 일제 치하를 겪었던 한국이 비슷하게 느껴져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고, 한국사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아미라까지. 특히 아미라는 독도 이야기를 역사까지 섞어 더 유창하게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들이 이렇게 한국에 심취해 있는 것을 단순한 한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없으리라. `헬조선`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나라가 어쩌면 우리가 공기처럼 당연히 있어 보지 못하는 뿌리 깊은 문화 나무의 숲이기도 하지 않을까.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연결해주는 세계 공통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행사였다.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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