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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래] 메이커 혁명

  • 입력 : 2017.11.03 15:55:38   수정 :2017.11.03 16: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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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파베르(Homo Faber), `만드는 인간`이 돌아오고 있다. 공장에서 만든 완제품의 수동적 소비자로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은 스스로 만들어 쓰는 `메이커 운동`의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는 이틀 동안 1만명의 관객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루었고,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서울시교육청에서는 1일 `상상하는 괴짜`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앞으로 5년 동안 100억원을 투입해 메이커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간은 본래 읽기보다 쓰기를, 듣기보다 말하기를, 관람하기보다 경기하기를 좋아한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려는 아이는 없다. 모두가 어울려 같이 웃고 즐기고 싶어 한다. 세 살 때는 누구나 춤을 추고, 다섯 살 때는 누구나 노래를 부르고, 여덟 살 때는 누구나 책을 쓴다.

만들기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자기 힘으로 만든 것으로 살아왔다. 먹을 것을 스스로 기르고, 입을 것을 스스로 바느질하고, 잠잘 곳을 스스로 지었다. 현대사회는 어떠한가. `데이터 사회 비판`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등의 명목으로 기존 제품을 고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행위, 즉 제작과 수리 문화 자체를 부인하고 파괴한다. 그 결과, 기술을 둘러싼 인간의 사회적 감각은 끊임없이 후퇴 중이다. 애플의 경우 황당하게도 자기 물건을 고쳐서 쓸 권리조차 박탈하고자 하지 않았는가.

현대의 메이커들은 억압된 창조성을 회복하려 한다. 그들은 장갑이나 책상 같은 로테크 제품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나 드론 같은 하이테크 제품까지 3D 프린터 등을 이용해 직접 생산한다.


손이나 몸을 써서 자기 힘으로 물건을 만들고 나면 뚜렷이 깨닫는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립적 존재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 내는 가능성의 존재이며, 전문 지식을 갖춘 다른 사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에 스스로 지식을 추구하는 배우는 존재임을.

`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쓸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고양하는 멋진 일이다. 능력이 모자랄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도와줄 친구가 있고, 우리 역시 기꺼이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우애의 존재니까 말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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