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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열전] 현대인 피로 조각한 니콜 아이젠먼

  • 입력 : 2017.11.03 15:52:31   수정 :2017.11.10 17: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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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은 말 그대로 동시대 미술이다. 그런데 첨단 미디어가 예술 매체로 사용되면서 혁신적이고 실험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 때문인지 나도 회화나 조각들보다 더 `현대미술스러운` 미디어 아트나 설치 작품에 관심을 쏟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작가 니콜 아이젠먼(54)의 브론즈 야외조각은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을 지운다. 전통적인 조소기법으로 제작했지만 난무하는 실험적인 접근보다 더욱 명료하게 현대인의 특징을 포착해낸다. 사실적인 기반의 표현이 주조를 이루는 그녀의 회화들은 대개 현대사회의 일면들, 특히 인간의 욕망, 심리적 기저를 중심으로 한 성격과 특징을 가감 없이 다룬다. 게다가 인지하기 쉬운 주변 이미지들 또한 감각적으로 그려내기에 한때 현대미술의 최전방이면서도 비교적 보수성을 고집하는 뉴욕에서 사랑받았던 작가다.

혈통은 프랑스 출신이지만 삶은 뼛속까지 뉴요커인 그녀는 작년 뉴뮤지엄 회고전에서 성별, 세대, 국적의 다름이 아닌 인간의 본성적인 양태들을 비평적으로 묘사했던 회화 작품들을 소개했다. 당시 이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 중 피로 사회를 보여주는 인물들, 예를 들면 푸르스름한 얼굴로 의미 없는 표정의 여인이나 군중 틈 사이에서 소외되길 자처해 보이는 사람, 하릴없이 이른 대낮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젊은이 등과 같은 일면들이 새삼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만성 피로에 시달려왔던 내 자신의 모습을 반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별한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온몸이 쑤셨다. 마음먹고 거금을 들여 헬스클럽 트레이너에게 관리를 받아보아도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일 것 같다. 그래서 피로한 인간 군상의 모습은 꽤 오래전부터 내게 일종의 연민을 종종 일깨운다. 10년에 한 번씩 독일 북서부의 교육도시 뮌스터에서 열리는 조각전에 올해 방문했을 때 아이젠먼의 순수조각 작품을 내심 기대했다. 어렵사리 찾아간 뮌스터 도심 부근의 작은 공원에 브론즈로 제작된 4인의 거대 군상과 함께 조성된 분수는 앞서 언급한 막연한 피로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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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0년마다 열리는 2017 독일 뮌스터 조각전에 설치된 니콜 아이젠먼의 야외조각 설치 작품 `분수를 위한 스케치`. [사진 제공 = 전민경]
작가의 정확한 의도일지는 몰라도 쉽게 성별을 분간하기 어려운 등신대(실물 크기)의 각 인물들은 마치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보여주는 듯했다. 게다가 심정적인 묘사의 일면은 종일 일에 시달리고 난 후 주어지는 소중한 `멍때림`을 상기시켰다. 이 멍때림은 소진된 상태에서 `리부트(reboot)`가 절실함을 강조한 신해철의 생전 마지막 강연을 떠올리게했다.


얼마 전 작고 3주기를 맞아 방송됐던 그 강연의 일부가 나와 같이 만성피로에 기력이 소진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까 싶어 공유한다. "꿈을 이루는 것이 꼭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신이 꿈을 이루거나 그렇지 않거나 신은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 다만 당신의 매일매일이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있음을 상기하고 싶다."

[전민경 더그레잇커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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