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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탈원전 청구서…이 돈이면 공공화장실 수천개 짓는다

  • 박봉권
  • 입력 : 2017.11.02 17:43:09   수정 :2017.11.02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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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탄회하게 단도직입적으로 한번 얘기해보자. 탈원전이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국정과제인가. 아마도 국민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변곡점에 놓인 북핵, 한미·한중 관계 등 살얼음판을 걷듯 찰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엄중한 안보상황.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속에 도태와 생존의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국내 경제. 이것들이 바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국정 무게추가 실려야 하는 최우선 과제다. 백번 양보해서 정권 차원에서 탈원전을 밀어붙이겠다면 할 말 없다. 다만 일방통행으로 과학계 분노를 사는 대신 국론 분열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차분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다. 이게 상식이고 합리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압도적 표차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결정한 것은 몰상식과 비정상에 대한 경고다. 숙의민주주의로 포장했지만 애초부터 공론화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국가 에너지 대계를 대표성 없는 일부 시민에게 떠넘기는 건 무책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 방향을 결정할 거면 정부가 왜 필요한가. 여론조사기관이 정부 역할을 하면 된다. 여하튼 공론화 강행으로 원전 준공 시점만 뒤로 밀리고 경제적 피해와 갈등만 키웠을 뿐 얻은 것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과는 상관없이 뭔가에 쫓기듯, 분풀이하듯 탈원전 대못을 박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해 갈등과 마찰을 자초하고 있다.

여기서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100여 일간 지속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청구서다. 협력업체 피해 보상액만 1400억원대다. 여론조사업체 등이 챙긴 돈만 4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은 누가 부담하나.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불요불급한 곳에 허투루 낭비하는 셈이다. 이 돈이면 항상 부족한 공공화장실 수천 개는 지을 수 있다는 냉소가 흘러나온다. 문재인정부의 금과옥조인 일자리 창출에 쓰일 수도 있는 종잣돈이 허공으로 증발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 지지도 사과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보란 듯이 예산 낭비를 작정한 듯하다. 탈원전 로드맵 골자는 신원전 6기 건설 백지화, 문재인정부 임기 내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원전 수명연장 불허다. 원전 지을 땅을 일부 사들인 천지 1~2호기와 착공 초읽기에 들어갔던 신한울 3·4호기에 이미 투입돼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만 3600억원에 달한다. 이만큼의 돈이 또 휴지 조각이 될 운명이다. 신원전에 넣고 수출도 하기 위해 2000억원을 들여 제작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최신 원자로도 국제 미아(迷兒)가 될 처지다. 협력업체 보상 비용까지 합하면 매몰비용이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여기에다 월성 1호기를 내년에 조기 중단하면 1조5000억원대의 피해를 본다고 한다. 이것저것 다 합치면 탈원전 때문에 허공으로 사라지는 돈이 3조원대다.

대책 없는 조급한 탈원전 정책이 60여 년간 쌓아 올린 한국 원전 경쟁력을 무너뜨린다는 여론 질타가 부담스러웠는지 정부는 세계 원자력 장관회의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갑자기 부산을 떨고 있다.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지킬 수 없는 공허한 약속이라는 것을. 등 떠밀리듯 억지 춘향식으로 진정성 없는 원전 수주에 나서봤자 결과는 뻔하다. 우리가 쓰지도 않는 원전을 수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원전은 팔아먹겠다면서 왜 정작 한국은 원전을 거부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원전은 위험하니까"라고 답할 건가. 조 단위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원전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반발에도 정부가 탈원전 폭주열차를 멈춰 세우지 않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국민이 탈원전을 승인한 것이라는 게 정부 해석이다. 지나친 비약이다. 국민이 탈원전 공약 때문에 문 대통령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탈원전 공약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이 상당수다. 물론 성실한 공약 이행은 존중받아야 하고 권장해야 한다.


다만 현실과 괴리된 탁상공론식 공약이라면 손을 봐야 한다. 국가 경제·국민 후생에 파괴적인 충격을 준다면 아예 파기하는 게 낫다. 교조주의적이고 맹목적인 공약 이행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유연하지 못하면 부러질 수밖에 없다.

[박봉권 과학기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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