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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칼럼] 가상화폐, 바보들의 금인가?

  • 입력 : 2017.11.01 17:15:44   수정 :2017.11.01 19: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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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오늘날 가장 거대한 거품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최첨단 금융기술에 대한 최고의 투자 기회로 봐야 할까? 개인적으로 관련 기술은 발전하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다.

비트코인을 전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조금 설명하자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6개월 새 600%, 24개월 새 1600% 올랐다. 10월 초 4200달러를 넘기며 코인당 가격이 금의 온스당 가격의 3배에 달하게 됐다. 몇몇 비트코인 전도사들은 향후 몇 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대응에 달렸다. 익명성을 통해 범죄·세금 회피에 악용될 수 있는 화폐를 정부가 방치할까? 아니면 정부가 가상화폐를 만들고 소유하려 할까? 비트코인을 제외한 수많은 가상화폐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비트코인의 기술을 복제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굉장히 쉽다. 반대로 비트코인이 시장을 선도해 구축한 위상과 거대한 생태계를 복제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환경이 굉장히 관대하다. 자금 유출·세금 회피를 우려했던 중국 정부는 최근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을 금지했지만, 일본은 비트코인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세계 핀테크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은 조심스럽게 일본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장기 전망은 불분명하다.

비트코인이 세계 모든 곳에서 합법화될 필요는 없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비트코인은 화폐당 수익률이 극도로 높은 것을 보면 비트코인이 일본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비트코인과 경쟁 화폐들에 돈을 쏟아붓는 기업인과 투자자가 즐비하다.

비트코인의 뒤를 쫓는 화폐는 이더리움인데, `스마트 계약`을 모든 종류의 계약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 초 기준 이더리움의 시장가치는 280억달러고, 비트코인은 720억달러다. 3위 리플은 90억달러에 그친다. 이외의 가상화폐들은 경쟁자로 보기 힘든 수준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활용된 기술이 보안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개발자들은 가상화폐가 보다 값싸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에서 발행된 화폐를 완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적은 액수의 거래라면 정부가 허용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정부 입장에서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금 징수·범죄 단속을 어렵게 하는 대규모의 익명 거래로 넘어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최근 발간한 책을 통해 액면가가 큰 현금이 조세 회피·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가상화폐는 실물이 없어 단속이 더욱 어렵다.

일본의 실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울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의 거래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해 범죄활동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조세를 회피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자금 세탁을 위해 비트코인을 사들일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들이 종이화폐를 국내외로 옮기는 데 쓰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는 비트코인을 통해 스위스와 같은 조세회피처가 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비트코인이 익명성을 잃는다면 현재의 높은 가격을 지탱할 수 없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적성국가들이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보장할 것을 확신하고 있을 수도 있다. 북한과 같은 국가들이 나설 수도 있다.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를 완벽히 감시한다면 가격이 0원이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에 전기가 조금 필요하긴 하지만, 은행들이 발급한 신용·현금카드의 2% 수수료보다는 훨씬 부담이 작다.


마지막으로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가상화폐를 만든 후 규제를 활용해 다른 가상화폐들에 우위를 점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민간 분야가 개발한 것을 정부가 규제한 후 활용하는 일은 오랜 화폐의 역사에서 반복됐다. 향후 몇 년간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에는 붕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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