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이슈토론]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연령 상향

  • 입력 : 2017.11.01 17:09:36   수정 :2017.11.01 18:36:59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정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하고 있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올리거나 러시아워에 한해 고령층에게도 요금을 징수하는 등 여러 가지 검토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 도시철도공사의 당기순손실은 8395억원(코레일 제외)인데 이 중 66%가 무임승차에서 비롯됐다. 이렇듯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노인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찬성 /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
국가 재정부담 줄이려면 65→75세로 점진적 상향

72426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 대한민국에서는 가난한 노인이건 부자 노인이건 간에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에 이 법안이 최종 통과돼 실행된다면, 국가의 재정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중앙정부의 반응은 두 가지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65세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전자는 솔직히 말하면, 너무 치졸하다. 왜냐하면 국가의 복지정책 부담을 교통 운영회사나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도시철도회사는 지자체에 노인 수송요금 환급을 요청하고, 지자체는 다시 중앙정부에 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회사와 노인과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된다. 합리적인 대상 선정과 국가가 응당 부담해야 할 기금 설정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일부 지하철은 이제 `노인철`이 된 지 오래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늘 노인들로 북적인다. 특히 제기동역과 종로3가역은 아예 노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커피 주문은 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 때문에 브랜드 커피점들이 종로3가역 주변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72426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1단계 70세, 2단계 75세로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시급하다. 그리고 노인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무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상징적으로 최하 100원이라도 내게 해야 서로가 떳떳해진다. 또 대상 연령층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연령대별로 소득 수준의 잣대를 추가로 적용해 보는 섬세한 할인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중앙정부 부담으로 돌아서는 순간, 지하철이나 도시철도만 노인을 위한 교통복지 대상이 되고 도시철도가 없는 중소도시나 지방의 버스를 이용하는 노인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역차별성이 크게 부각될 소지가 많다. 이 같은 불평등 문제도 지방교통 바우처 등으로 사전에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균형적 국가 재정 운용을 위해, 보편적 복지에서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하고, 무료와 같은 무제한 복지에서 할인과 같은 조건적 복지 제도로 가야 한다.

반대 /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빈곤층 노인 경제활동 위축 사회적비용 더 발생할 수도

724264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서 내심 지하철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복지예산의 절감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노인 연령 기준을 당장 높이는 것은 한국 노인이 처한 `질곡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다. 노동시장에서 은퇴 연령이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고령자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심각한 노인 빈곤율이 더욱 높아지고, 노인의 삶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친교와 장보기, 등산, 종교 등 사회참여 활동이 위축돼 결국 사회적 비용이 더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둘 중 한 명은 빈곤 상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약 60~70% 노인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받는 고령자(55~79세)도 불과 월평균 52만원을 받는다. 공적연금제도가 취약해서 빈곤한 노인들은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무려 노인의 약 30%가 일하지만 경비, 청소, 가사도우미 등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의 상승은 각종 복지제도의 수급 개시 연령을 지연시켜서 노인의 빈곤율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하철은 도시에서 근무하는 노인에게 중요한 이동수단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노인의 출퇴근 시간 이용 제한과 같은 정책은 비현실적이다.

무료 지하철을 통해 노인들은 교통비 걱정 없이 친교, 장보기, 종교, 등산 등 다양한 사회참여의 기회를 갖는다. 빈곤한 노인의 현실을 감안할 때 지하철 이용에 비용을 부과하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회참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최근 복지의 화두는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이다. 집에만 칩거하고 외출을 거부하면서 우울증에 걸리거나 조기에 사망하거나 자살도 한다. 일종의 자기방임 학대로 결국에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우리 노인의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최고다. 노인의 사회적 고립은 의료비 증가와 노인복지 수요 증대로 사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은 단순히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노인을 사회와 사람과 연결하고 활동하게 하는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늘어만 가는 사회적 고립. 대한민국 노인의 우울한 현실을 외면한 채 당장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은 문제를 더욱 키울 것이다. 당사자인 노인의 입장을 철저히 고려해서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때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