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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코리아 뉴어젠다] 한국, 선진국으로서의 자각

  • 입력 : 2017.10.30 17:30:17   수정 :2017.10.30 17: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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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력을 포함한 전체 국력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다는 한국인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종종 듣는다. 어떤 이는 지속되는 부정부패를, 어떤 이는 점차 증가하는 사회 불평등을 지적한다. 경제 성장이 사회 성장을 앞지른 압축 성장의 폐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일리가 있고 또 한국 사회에 대한 자기 성찰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며, 한국 사회에 대한 지나친 자기비하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경제 면에서 보자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중국 등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지만, 20여 년 전 같은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에 도전했던 일본 기업에 한국 기업이 도전했던 것을 떠올리면 경쟁국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필요성 또한 다른 선진국들이 동일하게 겪고 있는 고민이기에 한국 상황이 특별히 위태롭거나 비관적인 것도 아니다.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선진국으로 도약을 꾀하는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 역시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 또한 후진국이나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대표적 선진국인 일본의 정실인사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에 기여했으며, 아베 신조 총리 또한 부패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서도 부정부패는 좀처럼 척결되지 못하는 사회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 정부윤리청 청장인 월터 쇼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에 항의하며 최근 사임하기도 했다.

한국을 아직 선진국이라 할 수 없는 이유로 가장 손쉽게 거론되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불평등` 요소도 마찬가지다. 많은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평등의 체감온도는 이해되지만 객관적 수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회원국들의 평균 이상이며 가장 불평등한 국가(미국 멕시코 칠레)보다 오히려 가장 평등한 국가(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에 가깝다. 아직 뒤처져 있는 사회복지 면에서 조금 더 발전한다면 이들 국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자기 성찰적 반성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나친 자기비하적 사고에 빠지게 되면 오히려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들은 물론 홍콩 대학생들도 미국 대학생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매우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자신감이 결여돼 있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이다.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는 한국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자기 성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혁신의 기본조건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사람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열린 자세에 있다.

사실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애플이 아닌 LG와 소니였지만 이러한 기술을 사용자 중심으로 쉽게 만드는 데 활용하면서 앱스토어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아이폰이라는 혁신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실리콘밸리 안팎의 자세와 문화였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가 최근 발간한 `슈퍼피셜 코리아 : 화려한 한국의 빈곤한 풍경`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무력한 새우가 아니라 고래보다 몸집은 작지만 영리하고 민첩한 돌고래에 가깝다. 한국의 역량과 위상, 그리고 국제사회의 기대에 걸맞은 자각이 필요한 때이다. 국내적으로도 적폐 청산에서부터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이 어렵지만 나 같은 해외 한인들은 고국이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한국인들이 선진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열린 자세로 나아갈 때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혁신 강국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최준락 홍콩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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