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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검찰은 권력의 수족이 아니다

  • 박정철
  • 입력 : 2017.10.29 18:00:35   수정 :2017.10.29 19: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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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형벌은 국가 규율과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응징 수단이다. 그런 만큼 누구나 처벌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명쾌한 법리와 공정한 절차, 객관적 판단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전력을 쏟고 있는 `이명박-박근혜정권 적폐수사`는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뭔가 개운하지 않다. 미셸 푸코가 지적한 것처럼 처벌을 통해 범죄자를 교화하고 죄를 반성할 수 있게 하기보다는 권력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존재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지난 8월부터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정부부처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적폐의혹 사건은 10건이 넘는다. 민간인 댓글부대 의혹을 시작으로 민간인·공무원 불법사찰,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여론 조작,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일지 조작, 보수단체·기업 간 금전 지원 매칭의혹 사건 등이 두름에 엮인 굴비처럼 줄줄이 수사의뢰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와 자제 요청,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BBK 주가 조작 의혹 등도 조만간 검찰로 넘어올 태세다.

이처럼 수많은 적폐의혹 수사의 사령탑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이다. 윤 지검장은 2013년 여주지청장 시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영장 청구 등을 놓고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가 직무에서 배제됐던 인사다. 그는 당시 국감장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출범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에 발탁돼 거침없는 수사로 지지를 받았고, 현 정부 출범 후 파격적인 기수 파괴에 따라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이런 경력 때문에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선 윤 지검장이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지검장이지만 자신의 `보은 인사`를 외면하고 소신을 펼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이런 수사라도 해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윤 지검장이 그동안 보수정권에 저항해 점수를 땄는데, 이번에 현 정권을 위해 수사한다면 평판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지검장이 수사 전권을 쥐면서 견제와 균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의문이다.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팀 내 `크로스체킹`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집단사고에 따라 일방통행식 결론으로 치달을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 수사팀은 윤 지검장을 위한 맞춤형 조직으로 일사불란하다"며 "하지만 수사는 한 가지 색깔만으로는 위험하다. 방심하다간 수사에 구멍이 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수사팀은 적폐청산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 주장만 선이요, 정의라는 집단사고가 투영된 셈이다. 이 때문에 진보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이 "영장재판 결과도 존중돼야 한다. 법원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비난은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놓기까지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미국의 피그만 침공과 베트남 전쟁 등 대참사를 야기한 주범을 집단사고로 지목하며, 다수 의견을 반박할 수 있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치유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수사팀에도 균형추 역할을 할 `악마의 변호인`이 절실하다.

적폐수사가 `정치보복`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구정권 인사들을 모조리 엮으려는 저인망식 욕심을 버리고, 외과수술처럼 환부만 도려내야 한다. 또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가 커지는 만큼 가능한 한 연내에 수사를 매듭짓는 게 좋다. 수사기간이 더 필요하다면, 중앙지검은 손을 떼고 검찰 내 특임검사팀이나 여야 합의로 특검을 발족시켜 일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 지검장이 직접 `엄정 수사`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하는 게 도리다.
그것이 수사의 정당성과 명분을 얻고, 검찰도 사는 길이다.

문 대통령은 책 `운명`에서 검찰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권력이 검찰을 정권의 목적에 활용하려는 욕망을 절제하고 검찰 스스로도 정권의 눈치보기에서 벗어날 때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다. 이번 적폐수사를 통해 검찰이 더 이상 권력의 시녀나 수족이 아니라, 권력의 파수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

[박정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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