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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무비] 영화음악을 향한 아주 사적인 세레나데

  • 입력 : 2017.10.27 15:51:15   수정 :2017.11.20 18: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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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영화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영화를 좋아하게 만든 것은 학창 시절 즐겨 들었던 심야의 영화음악 방송이었다. DJ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직 보지 못한 영화와 함께 그 영화에 삽입된 OST를 소개하면, 나는 음악을 들으며 그에 어울릴 만한 이미지들을 상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영화음악들은 한층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 입시에서 자유로워진 후 음악만 알던 영화를 찾아보는 재미는 제법 쏠쏠했고, 조금씩 예술영화관을 기웃거리다 결국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게 되었다.
지금은 틈틈이 영화음악감독들의 인터뷰를 담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하 `스코어`)은 영화음악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슴 벅찬 선물과도 같은 다큐멘터리다. 영화음악의 역사부터 연출가와 작곡가가 만나 아이디어를 내고 본격적으로 음악작업에 들어가는 과정, 영화에서 음악의 기능, 당대에 혁신적 영화음악을 선보인 작곡가들에 대한 소개와 녹음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90분 동안 부지런하게 영화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한 편의 명강의를 듣는 듯 교육적 기능도 크고,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음악감독들을 만나는 감격도 있지만 `스코어`의 가장 큰 매력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명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 수십 명의 영화감독, 영화음악가, 영화이론가들의 음악 해설이 얹어져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한 만찬이 된다.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현기증`(음악 버나드 허먼), `석양의 무법자`(음악 엔니오 모리코네), `E.T`(음악 존 윌리엄스), `혹성탈출`(음악 제리 골드 스미스) 등 다시 보고 싶은 영화의 리스트가 쌓여간다. 소재와 별도로 방대한 자료를 선별하고 재구성해 한 편의 극적 드라마로 완성시킨 맷 슈레이더 감독의 연출력은 과연 에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스트답다. 영화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던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영화를 감상하는 태도 혹은 관점을 바꿔줄 만한 작품이다.

영화음악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스코어`는 한국 영화음악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매년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등장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들이 배출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영화음악은 그 속도를 얼마나 따라가고 있을까.

필자가 인터뷰했던 작곡가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했던 어려움은 우리 영화 제작의 시스템상 창조적인 작업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블라인드 테스트 이후 평점을 높이기 위한 음악 수정 작업은 영화 전반의 음악적 설계를 흐트러뜨리는
퓰응막 지적된다. 이는 한국 장르영화가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부차적인 문제지만, 최근 블록버스터를 비롯한 상당수의 영화들에서 서사의 중요한 부분마다 기존에 있는 곡들을 삽입시킴으로써 그 효과에 기대고 있다는 점도 각성해볼 만하다.

`오리지널 스코어(그 영화를 위해 작곡된 음악)`에 보다 가치를 두고 작곡가들의 감각과 역량을 신뢰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 시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영화 미학은 물론이요, 산업적 성장에 디딤돌이 되리라 믿는다. 이는 `스코어`의 교훈이기도 하다.

데보라 루리(`디어 존` 음악)는 `E.T`의 저 유명한 마지막 부분에 대해 `음악을 위해 마련된 드넓은 장이며 영화에서 이처럼 많은 공간을 할애해 마음껏 음악을 펼쳐 보인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음악과 이미지가 서로를 상승시키는 그 짜릿한 순간을 우리 영화에서도 더 자주 경험하고 싶다.

[윤성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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