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장경덕 칼럼] 브루스 커밍스가 본 트럼프

  • 장경덕
  • 입력 : 2017.10.24 17:39:54   수정 :2017.10.24 17:47:2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70322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 사정에 밝은 역사학자다. `한국전쟁의 기원` `한국 현대사` `미국 패권의 역사` 같은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주 세계지식포럼에 온 그를 만났다. 무엇보다 먼저 물어본 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커밍스는 "그것이 단순한 억제의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 더 불안한 건 "외교와 군사 문제에 경험이 전혀 없는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이 완전히 혼란에 빠진 것"이었다.

커밍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60여 년간 한반도에서는 때때로 군사적 충돌이 있었지만 전쟁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침략 억제에 관한 한 한반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였다. 지금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뭘 하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군사 문제를 다뤄 본 경험이 없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첨단 무기를 다루는 총사령관 역할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장난감을 갖고 행복해하는 어린아이 같다. 그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치광이로 비쳐 북한이 두려워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다. 물론 김정은도 도발적이다. 둘이 부딪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물었다. 이제 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더 자주 그 끔찍한 말을 입에 올리고 있다. 더 이상 전쟁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커밍스는 동의했다. "북한은 늘 불안정했다. 트럼프의 위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더 불안정하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북한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을 고려했던 1994년 이후 지금처럼 전쟁 가능성이 높았던 적은 없다. 펜타곤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파괴적일지 알기 때문이다. 북한을 패퇴시키려면 참으로 엄청난 작전이 필요하다. 그래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나는 늘 트럼프 주위의 군 장성 출신 참모들이 그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기도한다. 북한은 미국과 전쟁을 벌이면 결국 질 걸 알고 있다. 지도자는 죽거나 전범재판을 받게 되리라는 걸 안다. 그래도 정권 붕괴를 강요받으면 나와 싸울 것이다. 어떤 비용을 들이더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된 터라 미국은 한국 측과 협의 없이 북한을 때릴 명분을 갖게 된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한 건 한국 정부 동의 없이 미국이 일방적인 행동에 나서지 말라는 요구였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그렇게 할 것이나 트럼프는 예외다. 북한이 이미 한국과 일본, 괌을 타격할 수 있게 된 마당에 미국 본토에 이르는 미사일을 갖게 되는 게 무슨 차이가 있는가.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전쟁이 난다면 그곳(한반도)에서 날 것`이라고 한 건 참으로 무지하고 어리석은 발상이다. 트럼프는 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시사하고 있으나 이는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다. 군 시설을 대부분 지하에 두고 있는 북한에 대한 타격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고, 국제법상 정당성 문제와 전쟁 책임 문제도 있다."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2의 한국전쟁인가. 커밍스는 진짜 최악은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구촌 전체에 대재앙이 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교했다.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가 된 시진핑은 매우 경험 많고 놀라울 만큼 영리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근력을 키운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 전쟁이 일어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 가설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단언했다. 냉전 때의 미국과 소련처럼 핵무기를 가진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리가 없다는 것.

커밍스는 대화 내내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과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걱정했다. 우리는 2주 후 바로 그 트럼프를 서울에서 보게 된다. 나는 일흔네 살의 이 역사학자가 트럼프의 책임감과 사려 깊음을 과소평가한 것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장경덕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