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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거꾸로 보기] 배우 없는 시상식

  • 입력 : 2017.10.20 16:03:39   수정 :2017.10.20 16: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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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상식 사회를 맡게 되어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최근 영화에서 주목받았던 신인 배우에서부터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톱스타들, 탄탄한 연기실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계신 대선배님들까지…. 20명이 넘는 유명 배우들과 감독들이 대거 참석했고, 이들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도 와주셔서 시상식은 성황리에 잘 이루어지는 듯했다.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기념 촬영을 위한 순서가 이어졌다. "시상자 및 수상자분들은 기념 촬영을 위해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참석했던 많은 배우들은 온데간데없고 단 8명만이 시상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각자의 시상이 끝나자마자 허리를 구부린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몇 명만 남게 된 것이었다. 레드카펫에서 상냥하게 손을 흔들며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던 배우들의 매너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영화 시상식은 영화인들이 주인공이자, 오롯이 이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사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생했던 일련의 과정들을 인정받고 칭찬해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을 위한 행사이니 만큼 본인들이 주축이 되어 자리를 빛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외국의 영화 시상식 장면을 보면, 많은 영화인들이 시상식에 참석해 그 자리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영화인들끼리 서로 축하해주고 축하받는 모습은 마치 그들만의 축제인 듯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할 정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영화제 시상식에서는 그런 장면을 접하기 힘든 것 같다. 수상자를 미리 알기라도 하는 듯 몇몇 후보자들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방송이 되지 않는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마저도 행사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가곤 한다.

영화인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많은 관객들이 시상식에 찾아오지만, 이들을 위한 레드카펫 행사에는 참여조차 하지 않는 배우도 있다. 너무도 형식적이며 조금은 각박하게 느껴지는 한국의 시상식 풍경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영화 예술인으로서의 공로를 높이 평가받으며 배우들의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듯싶다. 그동안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소위 `딴따라`로 불리며 대중에게 평가절하되곤 했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대중문화인이면서도 예술인으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연예인들조차 자신이 딴따라로 불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정도로 이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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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로 연예인이 손꼽힐 만큼 이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직업으로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는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까지는 아마 연예인들의 많은 노고가 있었다.
이미지를 격상시키기 위해 늘 자신들의 생활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절제했을 것이며, 연예인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일들은 물심양면 도왔을 것이다.

영화 시상식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배우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가치를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배우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모습 속에서 대중 또한 이들의 공적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보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유일하게 한데 모여 진심으로 서로를 축하해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곳. 시상식이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더욱더 번창하기를 바라며, 배우들이 다 함께 시상식을 즐길 수 있는 좀 더 여유롭고 성숙된 자세를 갖길 희망해 본다.

[이인혜 경성대 교수·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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