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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경청의 연습

  • 입력 : 2017.08.11 15:51:15   수정 :2017.08.14 09: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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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많은 사람이 스쳐가고 주변에는 소음이 가득하다. 그의 눈은 여러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번에는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만 환한 공연장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부스럭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애쓰며 감상에 집중한다.

두 상황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는 `들려오는 것(hearing)`이고 후자는 `경청(listening)`이라고 하겠다. 두 가지는 큰 차이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 음악을 훨씬 친밀하게 느끼게 되며 가끔은 좋은 음악으로 영혼이 맑아지는 축복을 누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어폰을 끼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듣는 것도 감상이라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방법은 청각 및 다른 감각을 계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음악의 참맛을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청하는 연습을 위해서는 먼저 청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경청의 단계로 진입하면 매우 친밀한 교감이 일어난다. 이러한 느낌이 다가오는 순간은 몹시 특별하고 소중하다.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듯 일상에서도 경청의 연습을 꼭 권유하고 싶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대부분 자극적인 시각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저해하고 차분함을 잃게 할 뿐 아니라 경청의 능력을 기를 수 없게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아름다운 음악을 경청하는 습관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방치되어 있던 나의 감각을 새로 발견하는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물론 이를 실행에 옮기고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결단과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족 혹은 지인들과 함께 쉽고 즐겁게 시도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 시절 음악을 듣고 그 작곡가와 형식, 조성, 정확한 곡명까지 맞히는 수업이 있었다. 들어본 적 있는 음악을 지식과 상상력, 집중력을 총동원하여 추측하곤 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난도를 높일 필요는 없지만 예를 들어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온 가족이 함께 들어보고 각자 무엇이 들려오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무더위에 지쳐 늘어진 사람들의 모습, 뻐꾸기 소리, 파리떼, 번개와 천둥소리 등. 이 실감 나는 여름날의 장면을 어떤 악기로 묘사했는지, 각자 어떤 악기가 마음에 드는지-누군가는 바이올린 멜로디에, 어떤 이는 하프시코드의 음색에 매력을 느낄는지 모른다-를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것은 경청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 무척 효과적인 놀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한 곡을 정한 다음 여러 사람의 연주를 비교해서 들어보고 이튿날 다시 들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마다 해석이 얼마나 다르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라면 카살스부터 빌스마에 이르기까지, 쇼팽의 피아노곡이라면 루빈스타인을 거쳐 지메르만을 지나 조성진까지 함께 들어보고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차이를 인정하는 경청 수업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아쉬운 요즘,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경청하는 것은 최고의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양성원 첼리스트·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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