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오피니언

[세상읽기]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유라시아 新질서

  • 입력 : 2017.08.10 17:40:34   수정 :2017.08.10 22:00:06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53795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6~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주빈 자격으로 참석한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달 말 공식 출범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부총리급 위원장으로 내정된 송영길 의원은 지난주 극동개발 전권을 쥔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를 면담한 데 이어 다음달 초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만날 예정이다.

`화염과 분노`에서 `포위 사격`에 이르기까지 전쟁 전야를 방불케 하는 비상 국면이지만 필자는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정부는 현 정세의 위험 요소를 냉정히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여기에 휩쓸리지 않을 길이 보인다면 마땅히 그 길을 찾아 나가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 본부장을 지낸 4선의 송영길 의원이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이끌게 된 것은 어떻게든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자 하는 시도로 파악된다. 그 핵심은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협력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철도를 비롯해 가스 파이프라인과 전력망 연결에 대한 전략적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급소로 손꼽히는 에너지 문제를 러시아와의 신(新)북방협력을 통해 풀어 나간다는 구상인데 송 의원이 손정의 사장과 만나는 배경은 동북아 슈퍼그리드라는 큰 판을 한·러 정상회담의 의제로 키우기 위해서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러시아의 로제티, 중국의 전력망공사 그리고 한국전력과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상태인데, 지난해 열린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부 간 패널 구축을 제안했다.

지난 5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송 의원이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는 "한국은 언제까지 말로만 할 거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푸틴이 극동개발을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주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다는 걸 시위한 셈이다. 사실 외부 변수를 포함해 복합적 함수를 감안할 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상황은 오히려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트럼푸틴`의 밀월이 깨진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상황이고, 미국과의 직접 타결에 승부수를 건 북한이 3각 협력제안에 문을 열지는 더더욱 미지수다. 송 의원은 "엑손모빌을 비롯해 미국 측 이해관계도 증진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고 보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 출신이고 전력망 연결의 핵심인 초고압직류전송(HVDC) 원천기술은 GE가 확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옹호하는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다. 사면초가의 여건에서 문재인정부가 이 카드를 과연 어떻게 살려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보다 큰 맥락에서는 21세기 동북아 신질서 형성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좌표를 확보하는 일이 긴요하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당면한 북핵 문제와도 결부되어 깊은 수읽기를 필요로 한다. 19세기 말과 지금의 정세가 닮았다고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그때는 일본이 발흥하고 중국이 쇠락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주역으로 돌아왔고 일본은 퇴조를 모면하려는 형국이다. 그때는 미국이 세계의 패권으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지금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신고립주의로 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저장성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18일 만에 유라시아 7개국, 7500마일을 거쳐 영국 런던에 도착한 일을 `올해 가장 주목할 사건`이라 평가하며 초고속 열차가 본격화되면 중국은 24시간 내에
유럽과 연결되리라 전망했다. 중국이 이처럼 영향권을 넓혀 나가는 것은 트럼프가 `프리핸드(freehand)`를 준 덕분이라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그토록 경고한 `주축 슈퍼 대륙국가`로서의 중국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얼마 전 다녀온 카자흐스탄이 그 미래를 보여준다. 세계 EXPO가 열린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개최한 시진핑 중국 주석은 구소련의 뒷마당이던 이곳을 21세기 실크로드 복원의 중심이라 설파했고, 한국이 애써 수주했던 발하슈발전소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중국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몽골 그 너머로 시선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유라시아라는 큰 그림 속에서 어떻게 확립해 나가야 할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한국은 한반도 문제와 더불어 실로 고차원적 방정식을 풀어 나가야 할 시점에 봉착하고 있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2018년 집 살까 팔까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