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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포럼] 탈원전 사회적 합의부터 먼저

  • 윤경호
  • 입력 : 2017.08.09 17:25:23   수정 :2017.08.09 1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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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에너지 관련 포럼 내 전문가 중엔 탈원전 반대파가 많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이 우리 현실엔 가장 효율적이라고 옹호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빠른 산업화로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 우리에겐 원전이 적격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와 일본이 원전산업에서 앞섰던 같은 이유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원전이 446기인데 프랑스 58기, 일본 42기, 한국 24기다.

문재인정부는 2079년 원전 제로를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원자력 대신 태양열, 풍력 그리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연료로 발전소를 돌려 전기를 조달하겠다고 한다.

공정률 29%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여기서 멈출 것이냐 아니면 계속 지을 것이냐는 이미 가동된 공론화위원회에서 나올 의견으로 결정될 판이다. 위원회의 결정 권한 자체나 권한 범위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결국 활동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접수됐지만 이들의 역할은 3개월간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 원전 건설 전면 중단과 신규 건설계획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임기 내 원전 건설사업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느냐 계속 짓느냐는 어찌 보면 작은 조치의 하나에 불과하다. 3분의 1쯤 지은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야 정부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정할 수 있다. 정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전기료도 임기 내에 얼마든지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문제는 에너지 정책은 한번 결정되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개인별로 혹은 선택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을 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다수 찬성 아래 총의를 모아야 한다. 5년 임기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좌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임기 내 결정한 사안을 다음 정권이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정권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사회적 합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단은 국민투표다. 현행 헌법 제72조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탈원전 문제는 국민투표를 할 만한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다.

탈원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다른 나라는 많다. 스위스는 2050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한다는 방안을 지난 5월 국민투표에서 가결시켰다. 58.2% 찬성을 얻었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는 에너지전략2050을 채택했다. 이탈리아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1987년 국민투표에서 탈원전을 결정해 이후 30여 년간 원전을 완전 퇴출시켰다.

내년 6월 전국에서 실시되는 지방선거 때 탈원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도 함께 하자. 국민투표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세우고 이에 맞춰 중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을 짜면 된다. 1987년 이후 한번도 손대지 않았던 헌법도 내년 3월까지 새로운 개헌안을 마련해 이때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일정이다. 내년 6월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명운이 걸린 중요한 현안 두 가지를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만들자.

찜찜한 대목이 하나 남는다. 우리보다 앞서 탈원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나선 나라들은 수십 년에 걸쳐 논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 에너지 전환과 이동 자체가 필연적으로 오랜 숙성기간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1986년 원전 폐지 논의를 시작했다.
25년 만인 2011년에야 탈원전 시행을 묻는 절차에 들어갔고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올해까지 33년 동안 5차례에 걸친 탈원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끝에 탈원전에 도달했다. 국민투표 하자고 제안하지만 탈원전을 꺼낸 지 불과 1년 만에 속도전 치르듯 실시해 다수의 공감을 끌어낼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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