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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코리아 뉴어젠다] 폴리페서

  • 입력 : 2017.07.24 17:56:57   수정 :2017.07.25 18: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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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파격 인사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출발한 문재인정부는 `교수 공화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수들의 정부 진출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교육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내각의 장관과 정책실장, 경제수석 등 청와대 내 차관급 이상을 합하면 3명 중 1명이 교수 출신이니 그럴 만도 하다.

국내에서는 이들을 `폴리페서`라 부르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수들이 전문성을 활용하여 국가정책에 기여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정부 진출에 뜻이 있는 교수들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국가 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법적, 윤리적 규정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선 교수로서 책무와 이해의 충돌 문제이다. 내각이나 청와대에 진출한 교수들을 보면 대부분이 캠프 출신이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교수들이 어림잡아1400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휴직을 하지 않고 캠프 활동을 하였다면 과연 본연의 임무인 강의와 연구, 학사업무에 충실할 수 있었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또한 사외이사 등에 재직하였다면 내각이나 청와대 주요 보직을 맡았을 경우 이해의 충돌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캠프에 참여하는 등 정치활동을 한다면 일과 중 일정 시간 이상은 쓸 수 없도록 하거나 아니면 휴직계를 내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교수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수들을 바로 장차관급에 임명하기보다는 정당, 의회, 행정부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부처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미국에도 교수 출신 장관들이 제법 있지만 교수만 하다가 갑자기 장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헨리 키신저 교수는 케네디, 존슨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경험을 쌓은 후 닉슨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이 되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교수도 레이건 행정부 당시 합참의장 보좌관,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행정관 등으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학교로 돌아왔다가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장관이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지낸 애슈턴 카터 교수 역시 클린턴 정부의 국방차관보로 시작하여 국방차관, 부장관을 거쳤다.

교수 출신들은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강점이 있는 반면 실무 감각이 떨어지고 조직 장악력이 약해 `얼굴마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받곤 하는데 차근히 실무적인 경험을 쌓는다면 이러한 약점을 잘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성과는 별 상관없이 단지 교수라는 직위를 활용해 과도한 정치 참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령 정당의 비대위원회, 혁신위원회, 공천위원회 등에도 교수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고 한국사회에서 교수 위상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성을 살려 정부의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과는 달리 이러한 역할이 과연 학자에게 적절한지는 따져볼 문제이다.

정치 참여가 과도해지면 한국사회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지식인들도 정파에 따라 갈라지고 자기 검열에 빠질 위험이 있다. 테뉴어(종신교수직)는 교수직을 평생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지만 그 근본 취지는 직업의 안정이라는 복지 차원이 아니라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
그래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소신 있는 학문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이를 맘 놓고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여기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더구나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오히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자기 검열을 할 수도 있다.

교수들의 정부 참여를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적절한 규정과 윤리의식의 확립을 통해 이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폴리페서가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닌 소중한 인재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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