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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확성기 외교와 귓속말 외교

  • 입력 : 2017.07.17 17:27:26   수정 :2017.07.17 17: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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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외교 3.0의 시대다. 말이나 낙타를 타고 몇 달을 가야만 상대국의 왕을 만나던 시대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가서 정상회담을 하고 필요하면 당일로 귀국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특명전권(特命全權)`이란 접두어가 붙던 대사의 직위가 이제는 `보통명소권(普通命小權)`으로 표현되기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국무부보다는 백악관이, 외교부보다는 청와대가 외교를 더 세밀히 챙기게 되었다.

정상회담이란 본질적으로 언론매체로부터 집중적 관심을 받게 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외교가 표심(票心)과 보다 긴밀히 연계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공개소스로 인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 시대에서 외교의 `정무화`(政務化·모든 것을 국내 정치의 손익 계산으로 환원하는 것)는 돌이키기 어려운 추세가 되었다. 전 정부 외교의 상당 부분이 지나친 정무화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낳았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몇 주간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외교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심지어 인수위도 없이 출발했지만 문 대통령의 데뷔는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딱히 흠잡을 곳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도 그렇고, 예상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낸 `신베를린선언`을 봐도 그렇다.

대개의 경우 정상회담은 실패하지 않는다. 대체로 큰 틀만을 논의하는 정상회담과는 달리 사실 진짜 싸움은 정상회담 이후의 구체적인 실천과 집행, 즉 `세부사항의 확정`에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과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전 세계를 향해 확성기를 사용해 우리의 마음을 알린 것이다. 이제는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시행으로 자신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지킬 차례다.

G20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삼국 정상이 따로 만나 중국을 통한 대북한 제재와 압박의 강화를 공동성명에 담아냈다. 이 또한 확성기로 우리의 뜻을 알린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기조를 대북한 정책 및 대중국 외교와 어떻게 구체적으로 아우를지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이 과제일 수밖에 없다.

확성기를 사용한 우리 뜻의 전달은 이제 충분한 듯하다.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면 적지 않은 경우 향후에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외교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 정부에서 그저 `신뢰`만 되뇌다 겪게 된 난관들이 반면교사가 되어야만 한다.

확성기를 써야만 할 경우 그 사용자가 항상 대통령일 필요도 없다. 외교·안보 영역에 있어 대통령이 구체적 언급을 많이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소설다관`(少說多管·실제로 말은 적게 하고 뒤에서 세밀히 챙기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현안의 격에 맞춰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의 입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

확성기 외교에 자주 쓰이는 자극적인 슬로건의 유혹도 견뎌야 한다. `담대한 대북 접근`에서 사용된 `담대한`과 같은 형용사는 우리 자신이 쓰기보단 주변국이 평가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전 여러 정부들이 썼던 단명(短命)의 슬로건들이 문재인정부에서는 양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당장 핵 문제를 놓고 북한과, 미국과는 FTA로, 사드 이슈를 두고는 중국과, 그리고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과의 어려운 숙제 풀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확성기를 잠시 내려놓고 귓속말로 어떻게 상대를 설득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막전 이미지의 구축에 성공을 거뒀다. 이제는 막후 협상과 국익을 위한 치열한 담판에 집중할 때이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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