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 구독신청
검색전체보기
 

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면세점수사 시즌2

  • 설진훈
  • 입력 : 2017.07.16 18:53:23   수정 :2017.07.16 21:33:19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47711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의혹은 무성했지만 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몇 년 전부터 유커들이 몰려올 때만 해도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다. 게다가 특허 기간까지 10년에서 5년으로 줄면서 밀실 심사장은 그야말로 구린내로 가득했다. 그런데도 1·2차 입찰 때 영업면적, 기부금 내역처럼 뻔히 보이는 정량적 평가 점수까지 조작했다고 했다. 그것도 외부 위탁기관이 아니라 관세청 소속 공무원들이 직접 수치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발표는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뻔히 보이는 숫자까지 `마사지`해야 할 정도로 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윗선의 압력이 컸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향후 수사에서 진상이 드러나겠지만 수서 개발 비리를 뛰어넘는 역대급 `인허가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른바 `면세점 수사 시즌2`로 불리는 검찰 수사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본격화할 것 같다. 수사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신임 문무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후속 검사장 등 간부들 인사가 마무리돼야 수사 진용을 제대로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대기업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돼 또 한 번 재계에 거센 회오리를 예고하고 있다. 나름대로 꼽아본 검찰이 풀어야 할 의혹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1·2차 입찰 때 한화(여의도 63빌딩점)와 두산(동대문 두타점)이 각각 롯데 동대문 피트인과 잠실 월드타워점을 누르고 선정된 배경이다. 감사원이 제대로 점수를 매겼다면 두 차례 모두 롯데가 선정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선정된 후발업체 측의 로비나 대가 제공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취득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최악의 경우 면세점 특허가 취소되고 정부 등을 상대로 줄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다.

둘째, 감사원도 밝혀내지 못한 최순실 씨 등 외압세력의 개입 여부다. 2차 심사위원 명단에 미르재단 관계자와 대학 선후배 사이인 모 교수가 포함된 경위와 그의 채점표도 들여다봐야 한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 상급 기관에서 누가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기재부 제1차관은 2016년 1월 관세청장과 상의 없이 서울 시내면세점 5~6개를 추가하는 안을 경제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관광객 숫자 등을 억지로 꿰맞춘 결과라고 하지만 관세청이 4곳 추가를 공식 발표하기 3개월 전이다. 이런데도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한 인사는 관세청·세관 소속 4~6급 실무 공무원 4명과 입찰서류 폐기를 지시한 천홍욱 관세청장 1명뿐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드러난 건 깃털뿐이라는 얘기다.

셋째, 감사원 발표로는 정부가 사실상 고의적으로 롯데를 두 번씩이나 물먹인 모양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박 전 대통령이 왜 곧바로 면세점 추가 허용을 지시했는지는 아직 미궁으로 남아 있다. 기재부 이 모 과장은 최근 재판정에서 "롯데와 SK가 2015년 11월 탈락한 직후 청와대가 면세점 특허제를 신고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업계는 기존 면세점 근로자 2000여 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기자 언론에서 부정적 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에선 "롯데가 두 번씩이나 억울하게 탈락한 만큼 로비를 해야 할 동기가 더 컸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넷째, 관세청의 평가점수가 지나치게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은 1차 심사 때 대기업 신청사 7곳 가운데 꼴찌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후 3차 심사 땐 5곳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현대가 명품 브랜드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한 덕분이라고 하지만 외부 심사위원이나 관세청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의혹의 진상은 뿌리까지 파헤쳐야겠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 있다.
매출액 면에서 지난해 12조원으로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한 면세점 산업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를 바로 뒤쫓고 있는 나라가 요즘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을 옥죄고 있는 중국(2015년 매출액 5조3000억원)이다. 수사를 질질 끌어서 면세점 산업이 공멸하면 결국 뒤에서 웃는 건 중국일 것이다. 솔직히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업체를 선별해낼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이는 관세청이 `특허권` 족쇄를 풀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설진훈 사회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목록

박재현의 경제노트 더보기

박재현의 경제노트 썸네일내 집 마련 멀어지나?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