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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VIEW POINT] '50조 도시재생' 벌써부터 정치권 먹잇감

  • 정순우
  • 입력 : 2017.07.14 16:06:30   수정 :2017.07.14 16: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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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모범 사례로 천안을 찾았으니 시범사업도 기왕이면 천안에서 했으면 합니다. 마침 천안역 역세권을 재생해야 하는데 적절한 땅도 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방문한 도시재생 관련 천안 현장에는 이례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이 총출동했다. 행사는 낡은 건축물을 새로 지어 만든 청년창업 지원 공간의 좁은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자리를 빛내기 위해 정치인을 모셔야 할 규모나 성격의 행사는 아니었다. 더욱이 추가경정예산안 등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의원들이 총출동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돈이었다. 도시재생 뉴딜에 연간 10조원의 예산이 배정된다고 하니 그 돈을 지역 민원용으로 선점하고자 폭염을 뚫고 달려온 것이었다.

천안시의 도시재생 사업 관련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잡은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장관에게 천안역 역사를 새로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KTX 개통으로 사람들이 천안아산역으로 옮겨가면서 천안역이 쇠퇴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안역에서 독립기념관까지 연결되는 지하철을 놓아주고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를 독립기념관에서 개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게 도시재생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같은 당의 박완주 의원은 한술 더 떠 천안역 인근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로 지정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줄 것을 부탁했다.

의원들의 말투는 상냥했고 장내 분위기도 화목했다. 하지만 현장 일부 공무원은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입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직이다. 더욱이 박찬우 의원은 국토부 업무를 감시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국토부 관료들이 절대로 밉보여서는 안 될 상대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돈으로 지역 민원을 해결해달라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정치판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장관마저 "우수 사례를 공유하러 왔는데 뭐 해달라는 얘기만 하시네요"라며 에둘러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도시재생 뉴딜은 쇠퇴한 구도심에 막대한 돈을 투입해 살 만한 지역으로 되살리는 사업이다. 국토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 등 국가적 목표가 여럿 달려 있는 문재인정부 핵심 정책이다. 중요한 사업인 만큼 대상지 선정이나 예산 집행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막대한 예산이 탐날 수 있다.

하지만 늘 하는 말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 본인 지역구로 도시재생 뉴딜 자금을 유치하고 싶다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의 경쟁력 강화나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 예산이 정치인들 입김에 따라 여기저기 샜다가는 50조원이 허공으로 증발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재생 뉴딜의 최우선 후보지는 뉴타운 해제 지역이다. 뉴타운은 시도는 좋았지만 정치인들 욕심 때문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난립했고 결과적으로 과거 정권의 폐해가 됐다. 언젠가 도시재생 뉴딜로 인해 생겨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부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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