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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우리답지 않은 것 해보기

  • 입력 : 2017.07.14 15:58:50   수정 :2017.07.14 16: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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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7월 4일부터 이번주 목요일까지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휴가 여행을 했다. 뉴저지에서 콜로라도주 덴버까지는 비행기로 가서 아내의 운전으로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태나 그리고 유타주를 다녔다. 2500마일, 그러니까 4000㎞ 넘게 달린 우리는 몇몇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옐로스톤, 아치스, 브라이스 캐니언, 캐니언랜즈 등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사실 우리는 캠핑이나 하이킹 같은 야외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놀이공원이 많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이나 올랜도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리조트 같은 곳으로 대개 가족 휴가를 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들에게도 좀 자연을 보여줘야겠고, 우리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로드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 나는 이런 경고를 했다.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좀 떼고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바깥 경치를 좀 보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압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 없는 경고였다. 첫째 우리의 로드여행 중 인터넷이 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고, 둘째 "멋있다"라는 감탄이 자주 아이들 입에서도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미국 중서부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국립공원들은 자연의 해괴함과 기교함과 웅장함을 보여준다. 자세하게 보려면 1주일도 모자란 옐로스톤에서 우리는 이틀 동안 있었다. 첫날 들소를 봤을 때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무시한 채 편하게 무엇을 먹고 있는 곰까지 본 우리 가족은 옐로스톤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을 보는 것에 곧 익숙해졌다. 들소 떼가 이동해서 차들이 다 멈춰야 하는 일까지 경험했으니까. 옐로스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올드페이스풀과 몇몇 다른 간헐천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고 시간 맞춰 분출되는 것을 듣고 보면서 땅이 숨 쉬고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브라이스 캐니언에서는 해발 9115피트(약 2778m)까지 차로 올라가 경치를 봤고, 아치스 국립공원에 있는 델리케이트 아치에도 아내의 인도로 걸어 올라갔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벅차다고 아내가 몇 번이나 말했다. 신혼 여행 때 찾았던 그랜드 캐니언에서 느꼈던 감동을 또다시 느낀다면서 아내는 21년차 결혼생활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했다. 내가 며칠만이라도 눈을 뜨고 이 기막힌 풍경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도시의 아름다움을 같이 못 보는 것에는 별로 슬프단 느낌이 없었는데, 이 자연을 같이 못 본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어떤 표현으로도 충분히 설명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벗어나 보라는 말을 흔히 한다. 나도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가족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느낀 즐거움이나 살아 숨 쉬는 지구의 몇 부분을 가까운 곳에서 본 경험보다 더 소중한 깨달음이 있었다. 나 자신에게서 색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꼭 올라가서 봐야 한다는 사람들의 추천을 들었을 때 나는 아치 위까지 올라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아내만 올라가고 나는 숙소에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맨 위보다 좀 아래에 있는 곳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와 아내는 나도 같이 올라가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그것을 같이 해냈다.
왕복 1마일밖에 되지 않은 코스였지만 등산이란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무거운 몸무게와 약한 근력 그리고 발달되어 있지 않은 운동신경 때문에 특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도 등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려면 더 건강해져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다음엔 왕복 3마일 풀코스를 할 수 있도록 몸을 단련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신순규 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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