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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자기모순 빠진 文정부 주택정책

  • 임상균
  • 입력 : 2017.07.13 17:48:24   수정 :2017.07.13 19: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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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임대사업 열심히 하라고 부추기더니, 정권 바뀌니 투기꾼 취급 받네요."

서울 성동구에서 주택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한 60대 독자는 전화로 울분을 토했다. 대기업에 다니다 은퇴했다는 이 독자는 퇴직금 등 여윳돈으로 빌라를 여러 채 매입해서 월세를 놓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돈을 넣어놓느니 임대사업을 해서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받는 게 더 유리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나름 주변 임대료도 살피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받기 때문에 세입자와 다툼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그는 마음이 편치 않다. 정부가 임대주택 활성화에 나서면서 주택 보유자들을 끌어들이더니 이제는 다주택자를 소위 `적폐`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듯해서다.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주택자가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며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중과세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임대주택 활성화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 중 하나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정부 재정, 공기업 등 공공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공적임대주택을 연간 17만가구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 중 4만가구는 민간 참여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분야에 민간 참여를 끌어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서울시의 2030청년임대주택 사업은 지금까지 174건 신청이 들어왔지만 이 가운데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12건에 불과하다. 이 중 사업승인까지 받은 건 용산 한강로, 서대문 충정로, 마포 서교동 등 단 3곳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하는 집주인 임대주택사업도 2015년, 2016년 두 차례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사업이 88건으로 당초 국토부 목표인 400건의 22%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범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절반 정도인 49가구뿐이다.

두 제도 모두 부진한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서울시 청년임대주택은 기업형 자본이 아니면 쉽지 않은 사업이다. 역세권에 위치한 작은 규모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받으며 참여해 봐야 돈이 안 된다. 일반 주택 소유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집주인 임대주택사업도 마찬가지다. 리모델링에 기금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최소 8년에서 최대 20년까지 임대를 해야 하는 의무임대기간 부담도 크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임대료를 책정해야 하는데 주변 집값 상황을 보면 언제 임대료가 오를지 모르니 손해 보는 느낌이다. 그냥 종전처럼 전세나 월세 놓는 것과 비교해보면 별 메리트가 없다.

민간을 정부 주도의 임대주택사업에 끌어들이는 게 이처럼 힘든데 정부는 되레 임대사업자의 목줄을 죄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주택자를 뭉뚱그려 `투기세력`으로 규정하는 것부터 문제다. 물론 거래 과정에서 범법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법적으로 정해진 세금도 제대로 내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임대사업을 위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면 이들은 주거공간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역할마저 부정하고 감시와 지탄의 `표적`으로 삼는다면 임대주택사업의 민간 참여는 더욱 요원해진다.

기업 참여도 마찬가지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임대주택 임대료 상승폭 제한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이 민간임대주택 사업자를 몰아붙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임대료 상승률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세다.
한 건설사 대표는 "적정 이윤을 확보해야 하는 기본적인 시장원리조차 부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뛰는 집값을 잡고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래놓고는 여기에 참여하는 민간자본을 `악덕`으로 규정한다. 정부부터 자기모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임상균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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