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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필동정담] 가장 안전한 돈

  • 최경선
  • 입력 : 2017.07.13 17:48:18   수정 :2017.07.13 19: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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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돈은 무엇일까. 일본 엔화가 그런 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달러가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10년 동안 28개국의 통화가치 변화를 분석한 뒤 며칠 전 낸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세계 주식시장, 원자재값 등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엔화는 가장 뚜렷하게 상승세를 나타낸다. 뭔가 불안해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으니 말 그대로 안전자산이다. 엔화는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그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골드만삭스가 엔화를 `안전자산 중에서 가장 안전한 돈`으로 꼽은 이유다.

600년 전에는 사정이 달랐다. 한반도 인접 지역인 일본 후쿠오카에 2005년 개장한 규슈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유물은 `보물 항아리`였다. 어른이 들어가도 될 만큼 커다란 항아리에 청동 엽전 10만개가 가득 차 있었다. 무로마치 시대인 15세기에 파묻힌 항아리가 근래에 발굴된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동전들이 중국 동전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은 그 당시 화폐를 생산하지 않고 중국 화폐를 수입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전쟁 중에는 이처럼 화폐를 숨겨 놓는 사례가 많았다. 화폐 부족현상을 메우느라 중국 동전 모조품도 범람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남의 나라 돈을 수입해서 사용하던 나라가 몇 세기 만에 지구촌에서 가장 안전한 돈을 발행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일본의 국가 부채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육박한다.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도 일본 돈이 안전자산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우선 일본 물가상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니 그만큼 엔화 가치는 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일본은 엄청난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불안해질 때마다 일본인들은 해외자산을 팔아 일본 돈으로 바꾼다.
그러면 엔화가치가 상승하니 일본 돈이 안전자산 대접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구인난에 허덕이는데 한국 청년들은 구직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엔화를 벌러 일본에 간 한국인이 2008년 2만여 명이었다가 올해에는 5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노력으로 엔화가 국내에 차곡차곡 쌓인다면 원화도 지금보다 더 안전한 돈이 될 것이건만 어쩐지 개운치 않은 구직행렬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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