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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가계부채를 보는 금융회사의 위험한 시각

  • 입력 : 2017.07.13 17:14:17   수정 :2017.07.13 19: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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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월 19일 서울시, 세종시 등 조정 대상 지역에 대해 전매제한 기간 및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10%포인트씩 하향 조정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6·19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서울에서는 분양 아파트의 견본주택에 예비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등 분양시장 열기는 식지 않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 추세 또한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계가 주거 여건이 더 나은 지역에서 집을 구하려는 것이나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는 자연스러운 의사결정 행위다. 그러나 이들 가계가 미래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수준의 차입을 원할 때 이를 제어해야 하는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현시점에서 가계부채 연체율이 낮다는 점, 그리고 담보가치가 충분하여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대출원리금을 회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꼼꼼한 심사 없이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즉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정책당국과 금융회사 간에 심각한 인식의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회사들의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은 근시안적이고 정태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선 연체율은 위기의 선행지표가 될 수 없다. 최근과 같이 가계부채가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연체율이 낮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태나 미국의 금융위기 사태에서 볼 수 있었듯이 연체율은 위기 발생과 동시에 급상승하게 된다. 더구나 향후 수년간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함께 국내 금리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증가할 것이고 이는 결국 가계부채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가계대출 관련 담보가치에 대한 낙관적 인식 또한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 올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주택 가격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택 가격이 30% 이상 하락하여 담보가치가 부채원금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단 다수의 가계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엄청나게 복잡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결국 담보로 제공된 주택의 매도를 통한 대출원리금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고용이나 임금에서도 우리 경제가 이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커서 주거 안정을 훼손하는 동시에 가계파산 급증을 유발하는 경매 처분은 사회적 반감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금융회사는 차입자의 미래 상환 능력을 대출 여부에 대한 일차적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 담보는 상환 능력에 대한 보완적 기준일 뿐이다.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한 대규모 부실화 사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담보는 위기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담보에만 의존하는 대출은 차입자를 채무위기에 빠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금융회사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8월에는 보다 종합적인 가계부채 대책이 예고되어 있다. 물론 정부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가계부문의 자금 수요를 완화시키며 금융회사의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금융회사가 개별 차입자의 부채상환 능력에 맞게 대출을 제공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연체율이 낮으니까, 담보가 충분하니까, 또는 규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으니까 괜찮아` 식의 인식이 계속 이어진다면 정부 대책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고, 결국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도 어려워질 것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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