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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초당적 외교에 힘을 모을 때다

  • 입력 : 2017.07.11 17:25:05   수정 :2017.07.12 17: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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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는 2010년대 들어 한반도, 동아시아, 세계적 차원의 대외환경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고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정세 판단과 기민한 대응이야말로 우리의 전략 공간을 확보하고 국익을 추구하는 지름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은 당파적·이념적 대립이 우리 외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자서전에서 한국 외교가 당면한 위기의 하나로 `국민적 합의의 결핍`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지난 1세기 식민지배, 분단, 전쟁, 권위주의 통치, 민주화 등 굴곡진 현대사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대결적인 이념지형이 생겨나면서 여러 곳에서 단층이 만들어졌고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과 관련된 사안에서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시각과 접근방식으로 통합 외교를 어렵게 함으로써 상당한 비용을 치러왔고, 5년 주기의 정권교체와 함께 외교의 연속성도 훼손됐다.

북한 관련 보수와 진보는 핵·미사일 문제, 인권, 경제협력, 인도적 지원 등에서 단층선이 뚜렷하다. 양측은 현실 인식에서 처방까지 상당한 입장 차를 보인다. 대체로 진보 진영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고 하는 반면, 보수 진영은 비핵화를 우선하고 대북 자세도 원칙과 압박에 근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보 진영은 대북 대화·경제협력·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이고 북한 인권문제에는 소극적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한 대화와 협력은 유보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에게 대결 상대이자 통일 파트너의 이중적 존재이듯 대북정책도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외눈이 아닌 겹눈으로 보아야 하며 여기에 보수와 진보의 공통분모를 넓힐 공간이 있다. 북한의 안보위협에 철저히 대비하고 북핵 해결을 위해 압박하면서도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고 북핵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일정 수준의 대화채널을 유지하며, 상황 변화에 맞게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서독의 보수와 진보가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추구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 차이도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중 전략적 경쟁·대립이 치열해지면서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병행에 쉽지 않은 도전이 대두되고 있다. 전환기 외교에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중요한 시장이자 북한문제에 협력이 필요한 대중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미·중 양국을 제로섬관계가 아니라 우리 국익·가치·원칙을 감안한 긴 안목으로 사안별로 대처하도록 초당적 이해와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대일관계에도 `친일 프레임`의 덫을 넘어 과거사를 풀고 현재와 미래를 열어가는 실용적 자세가 요구된다.

이러한 초당외교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국익이라는 상수를 매개로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정부도 열린 자세로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국민에게도 외교정책의 함의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 부족으로 국내외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사례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서로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그 안에서 외교를 하게 되면 분열이 깊어지고 동력을 상실한 채 외부에 이용당하게 된다.

초당외교를 실현하는 데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은 객관적 관점에서 외교 사안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제공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하는 동시에 정부와 정치권이 당파적 이해에 휘둘려 외교정책의 입안·집행을 그르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디지털 민주주의의 약점인 `탈진실(post truth)`의 폐해를 막는 역할도 해야 한다.

학계와 연구기관도 균형 있고 정제된 정책을 공급하며 공론화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
냉전 초기 미국 공화당 반덴버그 상원 외교위원장은 "정치는 국경에서 멈추어야 한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며 민주당 트루먼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이를 통해 국제질서 변환기에 대소 봉쇄정책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킬 수 있었다. 특정 국가의 외교력은 정치권과 국민의 외교적 식견에 의해 좌우된다. 힘든 전환기외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초당외교를 추구하도록 모든 당사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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