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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바보 정책·바보 국민 그리고 골키퍼 딜레마

  • 입력 : 2017.07.10 17:40:32   수정 :2017.07.11 17: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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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 후 정권을 잡은 로베스피에르는 무언가 국민들에게 줄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절대왕정을 무너트린 국민들은 혁명정부에 기대가 컸다. 당시 국민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했던 것은 높은 우윳값이었다. 프랑스인 주식인데 사 먹기 힘드니 국민들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로베스피에르는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반값 우유` 정책을 발표한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단두대 처형이 무서웠던 소도매상들은 줄줄이 반값으로 내렸다.

축산농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우유를 생산하려면 젖소가 필요하고 젖소를 기르려면 사료값이 많이 든다. 80프랑을 들여 100프랑에 팔았는데, 50프랑에 팔아야 한다니, 축산농가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내린 결정은 젖소 사육 포기다. 도축해 고기로 팔아버렸다. 젖소가 줄어드니 우유 생산이 줄고 우윳값은 폭등했다. 국민들 불만은 다시 고조된다. 거의 프랑스혁명 전야 같은 분위기다. 위기를 느낀 로베스피에르는 이번엔 건초값을 반값으로 내리라고 지시한다. 건초생산농가 역시 바보가 아니다. 건초 생산을 중단해 버린다. 건초값이 폭등하니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으로 우윳값은 더욱 폭등한다. 우윳값 잡기는커녕 오히려 폭등시킨 로베스피에르, 쿠데타가 일어나 그가 사람들을 처형한 바로 그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단두대가 두렵기야 했겠지만 주변 참모진이 직언을 했더라면 이런 바보정책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도 이런 바보정책을 흔히 본다.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정책입안자가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바보이거나, 다른 하나는 정책입안자는 바보가 아닌데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경우다. 특히 최고권력자가 직접 지시한 정책은 이런 오류에 빠지기 쉽다. 주변에 알아서 기는 바보들만 있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급증한다.

시장실패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 개입으로 시장실패보다 못한 `정책실패`를 만드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루커스 교수는 "민주화된 경제에서 최소가격을 설정하는 가격하한제보다 최고가격을 설정하는 가격상한제가 성공하기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 복잡하고 규제를 받는 공급자가 빠져나갈 구멍도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가격규제, 이자율상한제, 등록금상한제(반값등록금)는 정말 어려운 정책들이다. 분야가 어디든 가격 통제는 많은 고민과 치밀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제대로 못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딜레마가 `골키퍼 딜레마`다. 페널티킥 장면을 보면 골키퍼는 한쪽으로 무조건 몸을 날린다. 스페인 축구저널의 자료를 보면 골키퍼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가 골 차는 것을 본 후 움직이는 것이 골을 막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골이 가장 많이 가는 방향이 중앙이라고 가만히 중앙에 서 있으면 골키퍼는 십중팔구 욕을 먹는다. 한쪽으로 멋있게 날았다면 설령 못 막아도 관중이나 코치는 골키퍼를 비난하지 않는다. 운 좋게 막으면 영웅이 된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떤 골키퍼가 한쪽을 선택해 날아오르지 않겠는가. 밑져야 본전인데 말이다. 그러니 중간에 서 있으면 막을 수 있는 쉬운 골들도 그냥 놓쳐 버린다.

새로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장관이 바뀌었는데,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비난을 받기 쉽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 4차 산업혁명이란 한쪽 골대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래야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평가가 좋다. 최소한 일 안 한다고 욕먹지는 않는다. 자 이게 바로 골키퍼 딜레마다.
과감히 자꾸 움직이는 것보다 "움직이면 면피는 할 수 있지만 참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이명박정부의 녹색경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이름이 붙여지고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순간 수명은 딱 5년이다. 진정 4차 산업혁명이 잘되길 원한다면 그런 이름 붙은 위원회나 조직을 만들지 마라. 정부는 페널티킥 막는 골키퍼처럼 움직이지 말고 중앙에 서서 자기 주변에 오는 공을 막아주면 된다. 몸짓은 화려하지 않아도 경기는 승리한다.

[김형태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장·전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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