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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칼럼] 유로존, 개혁하거나 사라지거나

  • 입력 : 2017.07.05 17:38:14   수정 :2017.07.05 20: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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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유로존 개혁을 주장하는 중도파 대통령이 당선됐고, 독일에선 메르켈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난국에 빠진 유럽의 단일통화 정책에 희망이 있을까? 오히려 부채 문제로 점철된 10년의 침체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 재정·은행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상황이 조금 낫겠지만 안정·지속성을 가져올 정책 없이는 붕괴할 확률이 훨씬 높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낙관적 요소가 많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으로 프랑스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유로존을 이끌어 나갈 파트너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경제참모들은 좋은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총선 승리로 그 정책을 실현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도 경제개혁을 통해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스는 역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은 후에도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으로 독일의 긴축 강요를 꼽는다. 그러나 각종 수치를 보면 이는 옳지 않다. 미국 좌파 경제학자들의 (대책 없는) 격려 속에 그리스는 현대사에서 가장 관대한 구제금융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운영해내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그리스보다 조금 낫지만, 실질소득이 10년 전보다도 낮다.

남유럽 전체를 놓고 보면 단일통화가 감옥이었음이 증명됐다. 재정·통화 긴축을 강요하는 동시에 환율 조정을 통한 충격흡수 기능은 빼앗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경제가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에도 괜찮았던 이유 중 하나는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해 경쟁력이 높아진 점이다. 영국이 단일통화에서 빠져나온 것은 유명하고도 똑똑한 일이었으며, 이제 영국은 단일 시장에서도 완전히 이탈하려 하고 있다.

이제 단일통화가 유럽연합(EU)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가 아니었다는 게 분명해졌다. EU 관료들은 오랜 기간 유럽통합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앞으로 달려 나가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단일통화를 섣불리 도입한 것은 마르지 않는 시멘트 길로 돌아가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1980~1990년대 남유럽 국가들이 단일통화를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독일과 같은 통화 안정성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 단일통화가 유로존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었지만, 외부 다른 국가들은 단일통화 없이도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었다. 오늘날 독립적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도구가 됐다.

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로존에 합류하는 대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켰다면 훨씬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였을 것이다. 그리스는 조금 불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스 역시 잘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남유럽 국가들이 각국 통화를 지켜냈다면 애초에 막대한 채무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물가상승률을 조정해 부분 디폴트를 시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EU가 마르지 않는 시멘트 길로부터 어떻게 빠져나올지가 문제다. 많은 유럽 정치인들이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현 상태는 유지할 수 없다. 결국 더욱 거대한 재정통합이 이뤄지거나 혼란스럽게 갈라설 것이다. 만약 현 상태가 유지될 수 없다면 시장은 왜 이리도 차분하며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독일에 비해 2%포인트 정도밖에 높지 않은 것일까.

아마도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독일의 정치인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변 국가의 국채 매입을 일종의 보조금이라 생각하며 마크롱의 당선과 함께 유로본드 출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니면 남유럽이 이미 시멘트 길에서 탈출하기 늦었다고 보고 도박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독일은 주변국들을 쥐어짜서 자국 은행들이 부채를 상환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어떤 길이든 유로존의 지도자들은 단일통화를 지키며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당장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오늘날의 낙관론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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