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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통신] 적정한 형사사법제도 운영

  • 입력 : 2017.07.03 17:37:06   수정 :2017.07.03 17: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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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발전하여 왔습니다. 그에 따라 인간생활은 편리해지고 정신세계도 더욱 다양하고 깊어졌습니다. 더불어 필요한 제도적 정비는 진전되었습니다. 비록 일시 후퇴하거나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진전의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형사사법제도의 진보도 그 한 예입니다. 예전에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체포나 구금이 행해지고 부당한 재판에 의하여 처벌되고 심지어 처형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고문도 쉽게 행해졌습니다. 이러한 인권침해의 폐단은 국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정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문명 진보의 한 표상입니다. 결국 형사사법제도의 본무는 실체 진실을 밝혀 범죄자를 적절한 양형으로 처벌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는 인권 보장의 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국가의 근본법인 헌법 제12조에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의 금지, 고문 금지, 진술거부권, 영장주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부당하게 이끌어낸 자백이나 유일한 증거가 되는 자백의 증거사용 금지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규정이나 실무에서 불구속재판을 원칙으로 하며, 재판 과정에서 구속기간을 제한하며,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열 사람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法諺)에 따라 유죄판결에 신중하도록 하며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사형제도는 법률상 존재하지만 20여 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도 많은 국민이 사형제도의 존치를 찬성하지만 사형폐지국 대한민국이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훌륭한 형사사법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그 운영에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법관 검사 등 관련 공직자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국민들이 만족할 정도로 철저한 수사나 심리를 못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공직자들이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적·물적 제도의 보완과 함께 공직자들의 반성과 분발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극히 일부 사건이긴 하지만 정치권력의 관여에 의하여 공권력 행사가 부당하게 행해졌다는 의심 때문에 공권력 행사 전체가 불신을 받기도 합니다. 새 정부는 특히 검찰권 행사에 부당한 관여를 하지 아니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 다짐이 실천되고 관련 인적·물적 제도가 합리적으로 보완·개선되면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국민들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지난 몇 달간의 이른바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련한 형사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일부 국민들의 행태는 걱정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결정을 한 법관에 대하여 신상털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통하여 위협을 하거나 또 다른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시도는 자유민주국가 국민으로서의 도리가 아닙니다. 범죄혐의자가 괘씸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유죄로 단정하고, 당장 구속을 하지 않으면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여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에 반하고 문명 진보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언젠가 자신들을 사법피해자로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법관이나 검사들도 부당한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잘못된 사회적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지 자신을 늘 경계하면서 당당함을 보일 때 사회질서 유지와 함께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형사사법제도도 제 기능을 다할 것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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