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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매경데스크] 관치금융에 정치금융 망령까지 배회

  • 박봉권
  • 입력 : 2017.07.02 2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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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 자동차산업 태동기 때 영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산업혁명 발상지로 기술이 월등히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엉터리 규제 탓에 미국·독일에 주도권을 뺏겼다. 자동차 등장으로 이동수단으로서의 말산업은 절체절명의 위협에 직면했다. 마차산업 종사자들은 실직 두려움에 거세게 반발했고 정치인들은 규제를 쏟아냈다. 차 한 대 운행하는 데 운전수 외에 깃발·등을 드는 신호원, 차수리원 등 3명이 패키지로 움직이도록 족쇄를 채웠다. 차는 마차 속도를 넘어설 수 없었다. 지금 보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수준의 황당하고 반동(反動)적인 규제 때문에 차산업은 고사했다. 과도한 규제는 해당 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훼손한다. 특히 빛의 속도로 신기술·산업 혁신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지난달 말 열린 민간금융위원회(민금위) 설립 10주년 기념포럼 화두도 규제였다. 금융위원회(금융위) 민간 버전이 학자·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민금위다. 금융위보다 1년 먼저 출범했는데 당시 민금위는 규제의 벽이 무너지고 시장 중심 금융산업 발전이 가능해지면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목소리가 포럼 현장에 넘쳐났다.

이상빈 민금위 위원장(한양대 교수)은 민금위를 "고장난 레코드판"이라고 했다. 안 되는 것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과 관치 철폐를 되풀이해 요구해 왔지만 규제가 더 높이 쌓인 현실을 우회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는 금융적폐(관치금융) 청산을 위한 촛불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사실 우리가 한두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중국조차 금융산업 판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핀테크 확산을 위한 규제 철폐에 올인한 상태다.

기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다보스포럼에 참석했는데 어디를 가든 위챗,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수단이 일상화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반면 우리만 여전히 강 건너 불 보듯 절박함이 없다. 핀테크 확산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조치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초기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난달 말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전격 중단한 것은 금산분리 규제 덫 때문이다.

국내 금융산업이 후진적이어서 `금융의 삼성전자` 출현이 요원하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은 과거 경제개발시대에나 필요했던 관치와 과도한 금융규제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치금융이 절대악은 아니다. 시장실패가 나타나면 정부가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붕괴 일보직전에서 구해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으로 작동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효율적인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금융을 경제발전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금융홀대론에 신관치 망령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금융권이 좌불안석이다. 방미 경제인단에 금융인사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데다 정부 출범 2개월이 다 돼 가지만 차기 금융위원장 인선은 감감무소식이다.

규제완화는커녕 실손의료보험료·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등 금융상품가격을 노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금융사가 과도한 지대를 추구한다면 정부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규제를 넘어 가격통제에 나서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 주 지지층인 서민 환심만 사려는 대중영합적인 포퓰리즘이다.
정부가 호통을 치며 시장을 짓누르자 일부 정치인까지 편승해 씨티은행이 진행하는 점포 통폐합을 중단하라며 경영간섭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관치금융에다 정치금융까지 얹힌 모양새다.

정부가 워낙 몰아붙이다 보니 수익을 내는 금융기관·기업이 왕따를 당하고 사회적기업만 살아남는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들린다. 경쟁을 무력화시키고 영리 기업 수익 추구를 죄악시한 채 봉쇄하는 규제 사회 미래는 암담하다.

[박봉권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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