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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회계투명성과 일자리·국격·대리인비용

  • 입력 : 2017.07.02 19:29:50   수정 :2017.07.03 11: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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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복잡한 숫자를 다루어서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회계투명성과 경제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다. 2001년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돼 회계감독이 대폭 강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선진국에서 회계투명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회계 수치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판단자료`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회계 수치는 작지만 모두 더해 놓으면 경제 전체의 생산통계가 나온다.

회계 수치가 틀리면 생산통계가 부정확해져 경제 정책의 유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이 지연된 이유는 회계 수치가 틀렸기 때문이다. 영업손실이 사실대로 공개됐다면 당국에서 일찌감치 손을 썼을 것이고,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역사학자이자 회계학자인 제이컵 솔은 저서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에서 회계투명성이 기업, 나아가 국가의 흥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역설한다. 네덜란드가 강대국 틈에서 번영한 이유는 회계교육을 널리 실시하고 정확한 회계 수치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바꿔 말하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경제가 어려워진다. 자원배분에 관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판단자료는 주로 기업의 회계보고서에서 나오므로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서고, 국가도 바로 선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라는 과대선전에 현혹돼 기술강국이 된 듯 우쭐한 기분에 젖어 살지만 초음속 전투기 T-50의 엔진은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공급된다. 기술강국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치고 있다. "기술 후진국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왜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질까."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큰 만큼 성장의 여지가 큰 데도 회계투명성이 부족해 자원배분이 왜곡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회계투명성을 확립해야 한다. 회계투명성을 확립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공인회계사에 의한 외부감사다. 합리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정립되지 않아 가족중심경영이 일반화된 한국 기업들이 공인회계사를 자유로이 선임하도록 한 것은 `피고가 검사와 판사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과 같아 외부감사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렸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2년 연속 회계투명성 세계 꼴찌의 불명예를 안겼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 분포 상태를 살펴볼 때 회계투명성만 확립되면 성장률이 2%포인트 상승하고 매년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본다.

회계투명성 세계 꼴찌의 불명예는 국제거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국제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불신하므로 탈락 가능성이 높고 선정돼도 까다로운 이행보증을 요구한다. 채권 발행금리가 높아지고 제품도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회계투명성 세계 꼴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운다. 언뜻 보면 회계투명성, 일자리, 국격(國格) 간에 아무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정부 당국과 국회는 `회계투명성 확립을 긴급하고 중차대한 국가과제로 인식`하고 하루라도 빨리 외부감사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기업주 입장에서 볼 때 외부감사제도 개혁이 부담스러운 것일까. 외부감사는 공인회계사가 사업 부서별로 원가 행태(Cost Behavior)를 분석해 기업주에게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등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줄여 `기업 가치를 키우는 의미 있는 투자`다.

재무책임자가 외부감사수수료를 인하한 것을 비용 절감으로 인식하고 칭찬하는 기업주는 자신을 지키기 어렵다. 기업주의 관점이 재무책임자의 눈높이에 머무르면 배가 산으로 가도 모를 수 있다. 기업주는 재무책임자와 자신의 시야가 크게 달라야 함을 통찰해 외부감사제도 개혁에 동참하고, 외부감사를 경영에 적극 활용해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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