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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법 이야기] 거짓말과 재판 III

  • 입력 : 2017.06.30 15:46:56   수정 :2017.06.30 20: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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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할 일에 관한 생각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 생각은 자유인데 왜 그게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계획, 생각의 거짓을 가리는 전 세계적 차원의 연구가 지난 십수 년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왔다면 놀랄 것이다.

서방 세계는 9·11테러 이후 테러와 같은 불순한 계획을 가지고 입국하는 사람들을 사전에 차단해 적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그래서 공항이나 항만과 같은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특히 단기체류 외국인에 대해 입국 목적을 자세히 따져 묻는 일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문답, 인상 심사만으로는 마음속에 숨겨진 진짜 목적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하게 테러나 범죄를 감행할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을 적발할 것인가가 당면과제가 됐다.

과거에 체험한 일에 관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분간하기도 여간 쉽지 않은 법이다. 더구나 경험하지도 않은, 앞으로 할 일에 관해 숨기고자 하는 마음을 찾아낸다고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수한 거짓말 탐지 연구자들이 많은 연구비를 받아 상당한 연구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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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미리 대비를 한다. 예상되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 미리 생각해 두었다가 그 질문을 받으면 준비한 대로 대답해 위기를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사정이 좀 달라진다. 이때 기억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하면서 꽁무니를 빼는 것은 좋지 못하다. 이런 회피성 대답은 의심을 살 것이 뻔하다. 재판정에서도 명확하게 아니라고 답을 못하고 그저 `그런 기억이 없다`는 투의 대답을 하는 증인들이 많다. 명백한 기억이 있으리라 보이는데도 기억이 없다고 하는 그런 증언은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답변도 위증의 한 부류에 속한다.

그 때문에 능숙한 거짓말쟁이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해 답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이 대목에서 연구자들은 거짓 탐지의 포인트를 찾고자 했다. 위기의 순간에 억지로 답을 조작하는 과정은 순발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럴듯하게 말을 만들어내려면 많은 창작의 수고를 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종전 준비된 대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 생각은 복잡한 부담감에 빠지게 된다. 이때 보이는 특이한 신체적 반응과 언어적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각에 모든 힘을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굳어지고 몸동작이 없어지게 됨이 많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참말을 하는 사람은 미리 대비할 일이 없다. 미래 계획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관광객으로 외국 공항에서 질문을 받는다면 공항에서 목표 지점까지 무슨 차를 타고 갈지, 보고자 하는 명승지에 대한 어떤 시각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나는 대로 답하면 된다. 거짓말하는 사람과는 달리 특별한 반응의 변화가 없다.

생각의 거짓 탐지 연구를 접하면서 필자의 생각은 좀 복잡하다. 필경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이 만들어져질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 재판에 이런 기술이 활용될 여지도 있다.
미래 재판에서 생각하는 자, 인간의 모습은 꽤나 초라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 생각 잘 못 읽는 사람 판사 재판이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여 그만 생각의 길을 잃는다.

이번 여름 외국에 여행 가실 분들은 여정의 이미지를 한 번쯤 그림처럼 떠올려 둘 일이다. 혹시 별생각 없이 공항에 들어가다 받은 질문에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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