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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덕 칼럼] 트럼프와 악수할 땐 얼마나 힘을 줘야 하나

  • 장경덕
  • 입력 : 2017.06.27 17:29:00   수정 :2017.06.27 18: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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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는 이미 악명이 높다. 흔히 기싸움으로 변하는 그의 악수는 변칙적이고 공격적이다. 오늘 그를 만나러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사진기자들 앞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악수 제의를 하는데도 끝내 딴청을 피웠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맞을 때는 19초 동안이나 손을 놓아주지 않았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는 손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로 강력했던 악수 배틀에서 되레 당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어떤 악수로 맞을까.

문 대통령이 조심해야 할 것은 예측 불허의 악수뿐만이 아니다. 두 정상은 아마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일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에 격노했다는 그가 이 카드를 처음부터 배제하리라고 볼 근거는 없다. 그 카드의 존재를 시사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손을 확 끌어당기는 공격적인 악수처럼 당혹스러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지난달 말 한국을 다녀간 후 이 문제를 지난 14일자 칼럼 `한국 위기의 해법 찾기`에서 다뤘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겁내고 있다고 썼다. 선제타격론이 단순한 `뻥`이 아니라고 보는 근거는 이렇다. 워싱턴은 이제 장거리미사일 기술을 갖춘 북한이 미국을 직접 겨냥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북한은 언젠가 로스앤젤레스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했다. 하지만 이제 자국 땅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북한을 공격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굳이 한국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한중이 겁내는 건 바로 그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인 기디언 래크먼 역시 이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어제 `북한과 미국 우선주의의 위험성`이라는 칼럼에서 트럼프가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북한을 때리고 북한이 한국에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퍼붓는 사태를 막으려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설득해야 한다고 썼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문 대통령이 워싱턴보다는 베이징에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시각 때문에 트럼프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일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은 서방의 유력 언론이 정색을 하고 다루기 시작했다. 미국은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에 대해 `설마` 하던 이들은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선제타격의 후폭풍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국면 전환용으로 북한에 대한 초강수를 들고나올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걷는 그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그와 함께 풀어야 한다. 트럼프가 단순한 장사꾼이라면 오히려 거래하기 쉬울 것이다. 방위비 분담 문제나 무역 불균형 문제는 비교적 단순한 문제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하루아침에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이견을 해소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을 미소와 악수로 맞을 것이다. 늘 하듯이 악수로 가벼운 기싸움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기세에 쉽사리 압도당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마크롱처럼 굳이 상대를 압도하려 할 필요도 없다. 상대의 의도와 태도에 따라 악수하는 손에 적당한 힘을 주면 될 것이다. 그러자면 상대보다 더 빠르게 판단하고 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는 트럼프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악수가 될 것이다.

[장경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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