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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산책] 음악도들에게 전하는 편지

  • 입력 : 2017.06.16 15:53:42   수정 :2017.06.19 18: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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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악 전공생의 실기시험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꼭 유념했으면 하는 점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물론 공연을 앞둔 연주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힘(power):유독 한국 사회에서 중시하는 요소로서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주가 어땠는지 물었을 때 `파워풀했다` 혹은 `힘이 모자란다`는 언급이 나오고는 하는데, 이 `힘`에 대한 집착은 음악의 본질을 잊어버린 것이다. 전투적 스타일의 연주는 결과적으로 우아함과 내적 아름다움, 작곡가 고유의 언어가 주는 뉘앙스에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위대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는 "음악이란 아름다움과 시적인 것을 가슴에 전하는 영적 도구"라고 했다. 음악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들이 전해준 영감을 이해하고, 나누고,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악기: 고가 악기에 대한 오해와 환상을 깨야 한다. 비싼 악기가 연주를 단박에 업그레이드해준다는 오해는 숱한 연주자와 그 부모님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웠다. 자신의 악기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이지 고가의 악기를 빌린다고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 오랜 시간 함께한 악기를 잘 관리하고 최상의 악기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연주자마다 팔 길이, 키, 근육 등 신체조건이 다르기에 각자에게 맞는 세팅이 필요하며, 악기가 자리를 잘 잡은 상태에서 비로소 연주자는 악기와 최상의 교감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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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전설적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내적 아름다움(inner beauty):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악기와 함께 이제는 음악의 세공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모든 악기와 연주자는 저마다 타고난 소리가 다르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작곡가의 메시지를, 그리고 본인의 해석과 감정 표현, 음색, 프레이징 등을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청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과장된 몸동작과 큰 소리에 천착하는 등 음악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을 두고 나의 스승이자 첼로의 거장이었던 야노스 슈타커(1924~2013)는 `속임수`라고 말씀하셨다.

#디테일에 집중하기(attention to details): 내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청각을 길러야 한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곡을 만났을 때 기교를 소화하는 데 집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오히려 디테일을 살리는 음악적 표현에 의해 기술적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에고`로 연주하면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디테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인 연주는 사람들 가슴에 `감동`으로 다가간다.

#연결됨(connectedness): 나의 스승 슈타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너무 커서 그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종종 내가 그분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하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분이 몸소 보여주신 장인정신의 삶은 때로 매우 고독해 보였다. 그러나 그 고독함은 우리 안에 내재된 아름다움과 연결돼 있기에 외롭지 않으며, 오히려 내적인 예술을 추구할수록 세상과 깊이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 연습이 지겨워질 때 선생님 말씀이 귓가에 쟁쟁하다. "누구라도 마음이 내키면 연습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연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음악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들이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예술의 방향을 장기적으로 제시해줘야 한다.
카살스는 이렇게 말했다. "참된 이해는 지식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음악과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그제야 우리의 배움이 비로소 진정 이해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양성원 첼리스트·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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