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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열전] 사이 트웜블리의 낙서같은 붓질…현대미술을 바꾸다

  • 입력 : 2017.05.26 15:51:13   수정 :2017.06.05 18: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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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면 사이 트웜블리(1928~2011) 작고 6주기를 맞는다. 트웜블리는 2011년 7월 5일 작고 이후에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최장기간의 학예 연구를 거쳐 회고전을 이뤄낸 명망 있는 작가다. 생전에도 휴스턴의 멘닐컬렉션, 로스앤젤레스의 브로드컬렉션 등에 포함되며 유수 컬렉터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흥미롭게도 트웜블리는 한국전쟁에 미군으로 참전했다. 당시 통신보안 암호 분석 및 코드 해독가로 복무했는데 이와 같은 과거의 이력이 그를 대표하는, 마치 어린아이가 칠판에 낙서를 한 듯한 회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언뜻 주변의 그래피티를 연상시키는 낙서 기법을 통해 사적인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매우 극단적인 단순성을 추구했으며, 기술 발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날로그적인 접근 방식을 고집했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나 원시주의와 같은 문맥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트웜블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전통적인 회화를 교육받았고, 이탈리아 로마 유학시절 역사와 고대신화, 고전문학에 매료됐다. 추상표현주의 작품에서 이례적으로 고대 기록화나 르네상스 시기 혼돈기의 정서가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문제적 작품으로 회자되는 로마의 폭군 콤모두스황제에 대한 아홉 가지 담론(사진) 연작을 살펴보자. 1963년 제작돼 뉴욕의 전설적 화랑 네오카스탈리 갤러리에 전시됐다. 당시 이 작품은 미국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이자 평론가로도 활동했던 도널드 저드의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몇몇 흘려지고 뚝뚝 떨어진 물감 자국과 불규칙한 연필선…. 거기에는 그 외의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다."

냉혹한 평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트웜블리는 생전 언론 노출이나 인터뷰 기회를 극구 피했다. 비평가들의 극단적인 평가를 견딜 뿐이었다. 그의 회고전을 기획한 필라델피아 미술관 큐레이터 콜로스퍼스 월도는 "비평과의 거리두기로 트웜블리의 작업 태도는 보다 독립적이고 무정부적인 방식으로 형성됐다"고 평했다. 어쩌면 시류에 흔들리거나 관심을 좇지 않는 그의 회화세계는 언뜻 불완전한 회화적 이미지로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그러한 불완전성이 작품을 소장하거나 경험하는 관객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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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콤모두스황제에 대한 아홉가지 담론(1963) [사진 제공 =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총 9개 캔버스로 구성된 이 회화 연작은 그가 1957년 로마로 이주하면서 마주한 이탈리아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로마 제국에 대한 혈통주의와 폐단으로 얼룩진 암흑기를 연구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조선의 연산군에 버금가는 피바람과 황음(荒淫)으로 정국을 쇠퇴기로 몰아넣었던 콤모두스황제의 비극은 트웜블리가 살아온 1960년대 초 미국 정세와 닮았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등 당시 사회가 겪은 불안과 시대적 고통을 로마의 흑역사에 반추한 것이다.

작가의 의도는 특정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거나 알아채기 어려운 면도 있다. 특히 소장가의 입장에서는 특정 작품의 미적인 가치 너머 이 작품과 함께하고 싶은 결정적인 요인을 따지기 마련이다.
트웜블리의 낙서와 같은 반복된 선 혹은 붓질의 이미지들은 해독이 불가하다. 그러나 청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해볼 수 있고, 짐작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접근이 트웜블리의 회화를 더욱 풍성하고 유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그림이 실로 지난한 작가의 시대적 고민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이 난해하다는 고충을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작품이 작가의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관객을 향한 상대성을 함의하고 있다면 그 상대성의 가치를 최대로 경험해볼 것인지 혹은 최소한으로 경험해 볼 것인지는 관객의 선택이 아닐까?

[전민경 국제갤러리 대외협력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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